부메랑 된 ‘통행료 인하’… 민자고속도로 세금 지원, 내년 2배로
정부가 내년에 민자 고속도로 운영사에 물어줘야 할 손실보전금 등 지원금이 급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018년 정부가 고속도로 이용자가 내야 하는 통행료를 대폭 낮춘 정책의 청구서가 돌아오는 것이다. 통행료 인하로 민간 회사가 본 손실은 정부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데,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의 호주머니에서도 민간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국내 16개 주요 민자 고속도로에 들어가는 정부 지원금은 지난해 930억원에서 내년 1885억원으로 2배로 늘어난다. 안양~성남 고속도로에 대한 지원금이 4억8700만원에서 45억5600만원으로 835% 오르는 것을 비롯해, 이천~오산 620%(7억8400만→56억4700만원), 부산~울산 365%(68억7400만→320억10만원) 봉담~송산 349%(8억6800만→39억500만원) 등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나마 내년도 정부 지원 금액이 1885억원에 그치는 건 인천공항, 대구~부산, 천안~논산 민자 고속도로 사업을 재구조화해 국가 예산이 아니라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 등이 보전하는 방식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돈을 내는 주체만 변경한 것으로, 이 3개 민자 고속도로 운영사에도 연간 3500억원 규모 금액을 내야 한다. 통행료 인하 부담을 넘겨받은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연말 기준 부채 규모가 38조원이 넘는다. 일평균 이자로 갚아야 할 돈만 27억원이다.
민자 고속도로에 대한 정부 지원금 규모가 급증한 건 2018년 발표된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관리 대책’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를 대폭 낮춰 이용자 부담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후 실제 대부분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차례로 낮췄다. 9400원이던 천안~논산 구간이 4900원이 된 것을 비롯해 1만500원이던 대구~부산은 5000원으로, 서울~춘천은 5700원에서 4100원으로 통행료가 내려갔다.
문제는 이용자들이 할인받은 통행료 손실을 모두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민자 고속도로는 사업 시행자가 도로 준공 후 일정 기간 이용자로부터 통행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건설된다. 모든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올라가도록 설계돼 있는데, 통행료를 올리지 못하면서 정부가 대신 돈을 물게 된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통행료를 깎아 준다니 당장은 국민이 좋아하겠지만, 결국 이로 인한 재정 부담도 국민에게 지우는 꼴”이라며 “애초 정부 재정을 줄인다는 민자 사업 목적 자체도 퇴색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민자 고속도로 요금을 인하하는 대신, 유료 도로 운영 기간을 더 늘리는 방식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애초 30년 동안 유료로 유지하고 무료로 전환키로 한 도로에 대해 50년 유료로 운영 기간을 연장해주는 식이다. 이를 두고 ‘조삼모사’ ‘할부 개월을 늘리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담 능력이 있는 계층에는 통행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 현실화는 불가피하다”며 “민자 도로의 유지·관리 비용은 민간 사업자가 부담하고 통행료로 그 비용을 충당하게 하는 기본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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