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 눈물 버튼 눌렀다… ‘사부곡’ 부른 열 살 소녀 가수
“길 잃으면, 안 돼요. 꿈에 한번, 오세요. 자알 도착했다, 말해요.”
10세 소녀 가수 이수연의 말간 두 볼 위로 눈물 자국이 오선지 그리 듯 두 줄 세 줄로 갈라져 흘렀다. 조약돌같이 작은 손으로 주먹을 꼭 쥐고 눈물을 꾹꾹 눌렀다. 꺼억꺼억 금세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소녀의 그렁그렁한 울음을, 대신 터뜨려주는 건 관객들. 소녀의 ‘사부곡(思父曲)’에 벌게진 청중의 눈에선 눈물샘이 마르지 않았다.
지난 9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 ‘환상의 짝꿍’ 특집 1부 ‘신동 대결’. 지난해 말 TV조선 ‘미스트롯 3’를 통해 일곱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연을 밝힌 이수연은 이날, 가수 장민호가 7년 전 아버지를 여읜 뒤 그 슬픔을 담아 작사·작곡한 ‘내 이름 아시죠’(2017)로 무대에 나섰다.
3년 전인 갑작스레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현재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이수연은 “아버지를 그리워할 때마다 듣는 노래”라고 했다. “아빠가 노래를 듣는다면 ‘수연이는 항상 잘하니까 오늘도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 줄 것 같아요. 노래 가사가 제 마음을 말해주는 것 같고, 아버지한테 이만큼 잘 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노래 가사 속 ‘(아버지가) 한 글자 한 글자 지어주신’ 것처럼 이수연도 노랫말을 손편지처럼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아로새겼다. 무대에는 행복했던 부녀의 한때를 담은 사진이 펼쳐졌다. 넓디넓은 아버지의 등에 올라타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어버린 눈매나, 살짝 미소 짓는 아버지의 목덜미에 조그만 손을 덥석 포개며 살포시 지어 보이는 눈웃음은 이수연의 동글동글한 글씨체 그대로였다. 이수연은 폭발적인 성량을 조절하며 눈물과 함께 2절을 마무리한 뒤 “아빠, 나 잊지마”라고 애써 담담하게 웃음 지어 보였다.
이날 ‘미스트롯3’ 진(眞) 정서주(16)를 비롯해, 오유진(15), 임도형(15), 박성온(14) 등 TV조선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를 통해 이름을 날린 10대 트로트 신동들의 열창이 이어진 가운데 마지막으로 무대에 나선 이수연은 관객들로 이뤄진 명곡 판정단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이수연의 ‘사부곡’은 이날 방송 이후 KBS 음악 프로그램 공식 유튜브 채널인 ‘KBS 레전드 케이팝’에 업로드된 지 만 하루 만에 45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팬들의 ‘눈물 버튼’을 자극했다. ‘절절한 사부곡에 울고 또 울었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팬들이 채워줄 것. 좋은 노래 불러줘서 감사하다’ ‘우리 아이도 세 살 때 아빠를 잃었는데 수연이가 힘이 돼 주길 바란다’ 등 1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 들어 평소 5% 내외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보인 ‘불후의 명곡’의 이날 시청률은 7.4%(닐슨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16일(7.8%)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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