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남녀 갈등을 악용 마시오!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남녀 간 뚜렷한 표심 차이였다. 트럼프와 해리스 캠프 모두 이에 대해 잘 알고 전략을 세웠고,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훨씬 성공적이었다. 트럼프의 전략은 여성들을 지나치게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많은 젊은 남성이 ‘사회 정의’ ‘정치적 올바름’ 등에 대해 느끼는 반감을 활용했다. 트럼프와 부통령 당선자 J D 밴스는 전통적 남성성을 과시하려 했으며, 심각한 정치 토론 프로그램보다는 ‘형님’ 스타일의 유튜브 채널이나 UFC 행사에 더 자주 모습을 보였다.
FT의 데이터 저널리스트인 존 번머독은 몇 달 전, 2010년대에 들어와 젊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정치적 격차가 여러 나라에서 크게 벌어졌음을 보여주는 일련의 그래프를 발표했다. 한국은 이런 격차가 뒤늦게 나타난 것에 비해 빠르게 가속화되어 지금은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언급됐다.
한국은 더 이상 사회적 트렌드 추종자가 아니다. 한국은 이전 대선에서 불만을 품은 젊은 남성들이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를 경험했다. 미국에서도 남녀 간 정치적 격차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증명되었기에, 앞으로 여러 나라에서 흔한 선거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번머독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투표 성향을 넘어 전체적인 세계관을 반영한다. 젊은 남성과 여성 간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데 페미니즘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에선 페미니즘을 둘러싼 거대한 격차가 존재하고 이제 그 격차는 내 나라 영국에도 존재한다. 20년 전만 해도 영국에선 주변의 젊은 남성들 중 특별히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경우를 본 기억이 없다. 그것을 평등과 관련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제 사십 대 ‘아재’가 된 내 생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같은 성별 안에서도 이러한 세대 간 생각 차이가 존재하는데, 한국 언론과 마케터들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혼합하여 MZ세대로 만든 것이 놀랍기만 하다. 밀레니얼 세대가 Z세대와 다른 큰 차이점은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와 함께 자라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젊은 그룹들과 인터뷰를 나눴는데, 스물한 살의 한 여성은 “사람들은 만성적으로 온라인 상태이고,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성들 역시 여성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렵고 여성들이 자신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고백했다.
대화와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보자면,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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