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기록으로 남는 건 종이 신문” 치밀한 고증으로 한국 언론史 정리
[학술 연구 부문]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
민세(民世) 안재홍(安在鴻·1891~1965·사진) 선생의 민족 통합 정신을 기리는 ‘민세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강지원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장)는 지난달까지 시민 사회 단체, 학술 단체, 지자체, 대학 등을 대상으로 민세상 후보자를 추천받았다. 민세상 심사위원회는 강지원 위원장과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상 사회 통합 부문),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이진한 고려대 교수, 김기철 조선일보 학술전문기자(이상 학술 연구 부문)로 구성됐다. 심사위원회는 학술 연구 부문에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를, 사회 통합 부문에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나라의 선비인 국사(國士)라는 말을 들었던 민세 안재홍 선생의 이름이 담긴 상을 받아 자랑스럽습니다.” 정진석(85·사진)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한국 언론사(言論史)의 권위자로 이름난 학자다. 그는 민세와 특별한 인연도 있다. “민세 선생은 한국의 언론사를 선구적으로 연구하셨던 저의 선학(先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제 때 언론인 중 필화(筆禍)로 가장 많이 옥고를 치른 분이 민세라는 것도 제가 밝혔죠.”
영문학도이자 문학 청년이었던 정 교수는 문공부 산하 기관에서 일하며 원로 언론인을 인터뷰하다 “픽션보다 언론사가 더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지니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기자협회 편집실장으로 일하며 우리 신문의 옛이야기인 ‘신문유사’를 썼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며 본격적인 언론사학자의 길을 걸었다.
한국 첫 근대 신문인 1883년의 한성순보와 한성주보, 독립신문, 대한제국 시기의 대한매일신보, 총독부 자료와 해방 공간의 신문까지 귀중한 자료들이 그의 손에 의해 정리되고 영인본으로 출간됐다. 흩어지고 일실됐던 자료들이 비로소 ‘완전체’가 되면서 온갖 분야 연구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또한 치밀한 고증과 통계를 통해 ‘일제하 한국언론 투쟁사’ ‘한국언론사연구’ ‘일제시대 민족지 압수 기사 모음’ 같은 굵직한 연구서를 냈다. 일제 치하의 민족지가 총독부에 격렬하게 저항했던 사실이 그에 의해 실증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최소한 해방 전까지 언론사는 한국의 모든 분야와 겹친다”고 했다. 정치인 이승만은 제국신문의 기자를 지냈고, 소설가 이광수 역시 언론인이었다. 언론인은 역사의 기록자인 동시에 역사 서술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국립문서보관소 등을 뒤져 대한매일신보의 경영인 배설(어니스트 베델)의 공판 기록을 비롯한 자료를 처음으로 찾아낸 것이 가장 보람됐던 일 중의 하나”라고 꼽았다.
산더미 같은 자료 속에서 깨알만 한 글자들을 파헤치다 보니 2.0이 넘던 시력이 침침해져 이젠 책상과 화장실, 자동차에 각각 다른 안경을 비치해 놓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그래도 “옛 신문을 들춰볼 숱한 연구자들을 위해 학문 연구에 기초 작업을 했다는 자부심이 든다”고 했다.
정 교수는 “현재의 언론 환경은 예전에 비해 대단히 다변화됐지만, 결국 기록으로서 남는 것은 종이 신문이며 신문 기자들은 여전히 역사를 기록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심사평]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한국외대 사회과학대학장, 방송위원장 등을 지내며 평생 한국 근현대 언론사와 언론인 연구에 매진했다. ‘한국언론사’ 등 다수의 저서로써 한국 언론사 연구의 지평을 넓혔고, ‘대한매일신보와 배설’ 등 근현대 언론인에 대한 심층 연구에 힘썼으며, 민세 안재홍의 언론 활동 연구에도 기여했다. /심사위원 신용하·이진한·김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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