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불합리한 사회 바꾸겠다”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예방 힘써

김광진 기자 2024. 11. 1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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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民世賞 수상자 선정]
[사회 통합 부문]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민세(民世) 안재홍(安在鴻·1891~1965·사진) 선생의 민족 통합 정신을 기리는 ‘민세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강지원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장)는 지난달까지 시민 사회 단체, 학술 단체, 지자체, 대학 등을 대상으로 민세상 후보자를 추천받았다. 민세상 심사위원회는 강지원 위원장과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상 사회 통합 부문),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이진한 고려대 교수, 김기철 조선일보 학술전문기자(이상 학술 연구 부문)로 구성됐다. 심사위원회는 학술 연구 부문에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를, 사회 통합 부문에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간판에 쓴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보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직관적으로 만들어 피해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 사회가 성폭력에 쉬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밀어붙였죠.”

/고운호 기자

올해로 33주년이 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64·사진) 이사가 상담소를 설립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980~1990년대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피해자들이 오히려 비난받는 상황 속에서 이들과 함께 낙후된 여성 인권을 끌어올리고자 상담소를 설립했지만, 국제사회에 비해 20년이나 뒤처졌던 것이라고 했다.

1984년 원광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담당 교수의 권유로 이화여대 여성학과에 진학했고 여성학 박사까지 받았다. “여성학은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불합리의 원인과 결과를 완벽하게 분석해 줬습니다.” 그 뒤로 ‘여성에게 불합리한 사회를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1991년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설립해 총무와 소장을 지냈다.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연구위원과 리더십개발원 특임교수, 전국 성폭력상담 보호시설 협의회 상임대표 등을 역임했다.

그가 일생을 바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에게 상담과 지원을 하는 단체다. 올해까지 10만여 건의 피해 상담을 하고 사회 경제적 지원을 주도했다. 1992년 딸이 계부에게 성폭행당한 사건,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 공분을 샀던 성폭력 사건에서 이미경 이사는 피해자들이 2차 가해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성폭행을 당해도 6개월 이내에만 고소를 할 수 있었던 법안을 개정하기 위해 3년간 사회운동을 펼쳤고, 1993년 성폭력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성폭력상담소는 남성과 여성, 청소년, 노인 등 모든 피해자에게 열려 있다고 했다. “상담 전화의 5%는 남성 피해자입니다. 과거에 교사·친족 등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나 ‘남자가 돼 가지고’라는 프레임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없는 분들이었죠. 남녀 서로 존중과 공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네요. 갈수록 깊어지는 남녀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기도 합니다.”

현재 상담소의 비상근 이사로 있는 그는 “현장에서 성고충 상담을 할 때가 가장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 변화를 위해 법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밤새워 가며 연구했습니다. 1개였던 상담소가 이제 전국 165개 성폭력상담소 협의회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미약하지만 변화는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습니다.”

[심사평]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창립 주역으로서 30년 넘게 다양한 성폭력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응하며 피해 여성들의 심리적·법적·의료적 상담 지원을 통해 피해 극복과 일상 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성폭력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한 연구와 저술에 힘썼으며, 양성 평등 문화 정착에 기여했다. /심사위원 손봉호·강지원·양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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