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한데 정이 간다… “평생 ‘방자’ 역할만 하더라도 배우는 배우”
답변을 하며 꽉 쥔 주먹 뼈마디에서 배우 박지환(44)의 연기 진심이 보이는 듯했다. 진짜 ‘주먹 쓰는 사람’ 같은 기골에 순간순간 무섭게 찌푸려지는 미간. 영화 ‘범죄도시1′(2017)의 범죄조직 두목 ‘장이수’ 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가 요즘 ‘꽃피는 계절’을 맞았다. 최근 종영한 디즈니+ 드라마 ‘강매강’을 비롯해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우씨왕후’ ‘경성크리처2′, 영화 ‘범죄도시4′ ‘핸섬가이즈’까지 올해 OTT·극장 주요작에서 자리를 꿰차 ‘대세 배우’로 불리기 때문이다.
2006년 데뷔 후 개성 있는 인상 덕에 노숙자·취객·범죄자 역을 도맡았지만, 40대의 박지환은 비중 있는 다양한 역할에 올라섰다. ‘강매강’에선 인간적인 주연 형사로 분해 시청자를 웃기고 울렸다. “제 이미지 한계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작 저는 시간이 지나며 계속 바뀔 거라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아요. 지금은 제가 아버지(’우리들의 블루스’)·형사(‘강매강’)·장군(‘우씨왕후’) 같은 역할도 하고 있지 않은가요. 앞으로도 계속 변하겠죠. 계절에 따라 나무가 풍성하다 죽은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또 살아나기도 하듯이요.”
박지환만큼 험악한 동시에 구수하고 정이 가기도 힘들다. ‘못나서 그렇지 사랑스러운 바보 형’ 연기로 단연 1등.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모완일 감독은 “(험한) 분장을 해도 착해 보이고 진실돼 보이는 유일한 배우. 타의 추종을 불허할 극도의 호감도”라고 평하기도 했다. 우스운 역할도 우습게 연기하지 않는 것이 호감의 원천. 자기 자신도 아니고 관객도 아닌 상대 배역을 바라보는 집중력에서 진정성이 나오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상대 배역이 절 소중하게 봐줄 수 있도록 치성의 마음으로 연기합니다. 현장에서 상대가 나를 ‘오늘 좀 신선하네’ 이렇게 느낄 수 있어야 상투적인 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진심으로 상대 배우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배우로서도 성장하고요.”
그는 경희대 재학 시절 “연극을 하면 사람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배우가 됐다. 백화점에서 열리는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긴 무명 시절을 보냈다. 크레디트가 오를 때 배우 이름 순서 3~4번째가 아닌 첫 번째가 되고 싶지는 않을까? 그는 “평생 ‘방자’ 역할만 하더라도 배우는 배우”라고 했다. “그걸 고민할 시간에 방자의 퀄리티를 높일 방법을 연구하겠죠. 그 안에서 변화의 지점을 찾으려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운이 좋게 누군가 (주인공) ‘해봐’라고 하면 하는 거고요(웃음).” 그는 “앞으로 제 역할이 줄어드는 날이 오면 훌륭하게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질문을 하기도 한다”면서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흔들림도 잠깐이지, 긍정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질문이 끝난 뒤에야 그는 쥐었던 주먹을 풀고 농담도 했다. “아유, 기사 소박하게 써주세요, 소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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