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화려한 화장품”… 차이나 뷰티의 역습
중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 ‘C뷰티’의 역공(逆攻)이 시작됐다. 중국은 작년 기준 우리나라가 연간 3조원 넘게 화장품을 수출할 정도로 K뷰티의 가장 큰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저렴한 가격과 화려한 디자인, 여기에 K뷰티 생산 기지를 활용한 위탁 생산으로 경쟁력을 키우면서 한국은 물론 K뷰티의 또 다른 잠재 시장인 미국·일본·유럽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작년에는 중국 화장품의 전체 수출 규모가 37억달러(약 5조1600억원)로 1년 만에 33% 가까이 증가했을 만큼 해외 진출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020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짠물 소비’ 열풍, 알리·테무 등 C커머스의 국내 영향력 확대에 힘입어 매년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오는 직구량도 60~70%씩 급증하는 추세다.
◇K뷰티 안방까지 넘보는 중국 화장품
중국 현지 브랜드는 ‘합리적 가격과 화려한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글로벌 뷰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 로컬 브랜드인 ‘플라워노즈’는 한국의 에뛰드하우스처럼 이른바 ‘공주풍 콘셉트’로 꽃 문양과 금색 테두리를 양각으로 입힌 용기가 특징이다. 볼 화장에 쓰는 블러셔 제품에는 아기 천사의 모습을 그려낸 세밀화를 새겨 넣기도 한다. 색조 브랜드 ‘인투유’는 립 제품을 중심으로 한국·일본·미국 등에 연이어 진출하고 있다.
화려한 장식을 입힌 중국산 제품이 8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알리·테무 같은 이커머스에서 팔리다 보니, 가성비 화장품으로 국내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 비슷한 제품이 국내에서 3만원 넘는 가격에 팔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싸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국내 브랜드 제품에 중국 제품처럼 화려한 장식을 덧붙이려면 비용이 지금보다 3배 넘게 든다”며 “가격을 유지하면서 디자인을 중국 제품처럼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중국 화장품을 직구하는 사례는 매년 60~70%씩 빠르게 늘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중국에서 온라인으로 직접 구매한 화장품 규모는 1년 만에 60.7% 늘어난 1654억원에 달한다. 절대 금액이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의 역공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화장품의 인기는 1020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고물가 시대에 비용을 최대한 아끼자는 ‘짠물 소비’ 열풍이 주된 요인이다.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올 1~3분기 화장품 누적 매출이 1년 전보다 약 160% 성장했을 만큼 국내에서 5000원 이하의 저가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최근 계속 늘고 있다. 그 고객들이 이제는 중국 화장품 시장으로 눈을 돌려 가성비 제품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여기에 이달 들어 중국 광군제 세일 주간까지 겹치면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흐름은 강해졌다. 인스타그램·틱톡 등 소셜미디어 콘텐츠로 중국 화장품의 경쟁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호기심에 사 본다”는 수요도 늘었다.
더 놀라운 것은 현지 브랜드 제품 중 일부를 국내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이 생산해 품질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는 점이다. 코스맥스는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에 있는 현지 공장에서 스킨케어와 쿠션, 선케어 제품 등을 제조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립스틱 제품 등을 만들어 인투유·퍼펙트다이어리·화시즈 등 현지 브랜드에 공급한다. 씨앤씨인터내셔널도 상하이 공장 두 곳에서 만들어 현지에 납품하는 립 틴트의 인기를 업고 중국 법인에서 작년 한 해 역대 최고인 매출 178억원을 기록했다. 이 제품들은 주로 알리·테무·타오바오 등 현지 쇼핑몰에서 주로 유통된다.
◇美·日·유럽까지 뻗는다
중국 화장품은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도 뻗어 가고 있다. 코트라 조사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브랜드는 최근 연구·개발(R&D)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영향으로 작년 중국 화장품이 미국·영국 등 해외 국가에 수출한 규모는 37억달러를 넘어서며 최근 10년 중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에 중국 색조 브랜드인 화시즈는 일본 신주쿠의 한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계속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중국 화장품은 아직 재구매율이 높지 않아 K뷰티 성장을 저해할 수준은 아니지만, 가파르게 늘어나는 유입 규모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국 화장품은 재구매율이 높지 않아 따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지만, 화장품 용기와 파우더의 품질이 우수해 장기적으로는 큰 위협이 될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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