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체육회를 제 아성으로 만들려는 사람의 행태
정부 공직복무점검단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체육회 관계자 8명을 부정 채용과 후원 물품 횡령, 그리고 예산을 낭비한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이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과 업무추진비의 부적정 집행 등에 대해선 문체부에 감사와 징계를 요청하기로 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자녀의 친구를 대표팀 선수촌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필요한 경력과 자격 요건을 없애라고 간부에게 지시했고, 이를 반대하는 간부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 이 회장은 평창올림픽 체육회 후원 물품 중 6300만원어치를 가져가, 이 중 17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인들에게 나눠준 정황이 있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올해 파리올림픽 참관단 98명 중 5명은 체육회와 관계없는 이 회장 지인이었고, 이들은 경기 참관 대신 파리 관광을 했다고 한다.
대한체육회는 연간 4200억원의 예산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이 돈을 17개 시도체육회와 가맹 경기단체에 나눠주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지난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대한체육회와 일부 경기단체의 문제가 드러나자, 정부는 내년부터 생활체육 예산 중 416억원을 지자체가 시도체육회에 직접 주도록 했다.
2016년 당선된 이 회장은 2020년 1차례 연임해 현재 8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재임 중 체육계의 각종 성추문이 터졌고, 파리올림픽 때는 안세영 선수가 배드민턴협회의 후원 물품 비리와 선수 관리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정부 조사를 통해서도 대한체육회의 누적된 비리가 일부 드러났다.
이 회장은 문체부 반대에도 3선 도전을 공식화하며 그의 12년 체제 구축에 나섰다. 체육회장은 체육회 대의원과 종목단체에서 선정된 2000여 명의 선거인단 투표로 선출된다. 8년간 회장으로 재임한 이 회장의 조직력은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채용 비리와 후원 금품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게된 인사가 마치 자신만의 아성을 구축한 듯 대한체육회를 농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의 비위 혐의가 드러나자 탄압이자 ‘선거 개입’이라며 정치인 같은 행태를 보였다. 국회 출석을 피하려고 자기 돈을 들여 해외 출장까지 갔다.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자격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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