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확대에는 리모델링도 필요합니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2024. 11. 1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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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국내 최대 리모델링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더샵 둔촌포레' 전경. 사진=포스코이앤씨


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거 선호 지역의 재건축 단지에서는 신고가가 나오는 등 상반된 흐름도 보입니다.

서울에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정비사업’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통해 늘어나는 일반 분양분이 실제 신규 공급입니다. 그런데 정비사업이라고 하면 대부분 재건축·재개발사업을 떠올리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리모델링 사업입니다.

리모델링이란 노후한 구조물을 새롭게 고치고 수선한다는 의미입니다. 한자어로는 개축(改築)이라고 합니다. 현행 주택법은 공동주택에서 단지 전체를 전면적으로 대수선하거나 증축하는 행위를 리모델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건물의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 리모델링, 기존에 없는 지하 주차장을 만들거나 새로 짓는 리모델링, 단지의 남는 공간에 별도의 건물을 짓는 별동 증축 리모델링 등이 있습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절차가 간단합니다. 입주자 대표회에서 전체 가구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으면, 추진 결의하고 조합설립 인가 신청을 하게 됩니다. 그 이후엔 안전진단, 건축심의, 리모델링 허가, 이주, 착공, 입주의 과정을 거칩니다. 계획 단계부터 완료 단계까지 9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는 재건축과 비교하면 매우 쉬운 절차입니다.

리모델링하면 기존 주택 면적을 늘리는 것과 함께 좁은 복도식 아파트를 넓은 계단식 아파트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지하 주차장을 새로 만들거나, 지하 주차장과 아파트가 연결 안 되었을 경우 이 부분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간소한 절차를 거쳐서 완전하게 새로운 집을 얻게 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뼈대를 남겨놓고 다시 짓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 구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리모델링 단지는 내력벽을 틀 수 없기 때문에 세대를 길게 늘이게 됩니다. 4베이 판상형 구조와 같이 최근 유행하는 넓고 탁 트인 구조로 평면을 짜기 어렵다는 겁니다. 같은 이유에서 층고를 높이기도 어렵습니다. 도리어 방음 등의 문제로 기존보다 층고가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2베이 전용 84㎡의 리모델링 평면 모습. 사진=삼성물산


두 번째는 입주민들과 시공사 모두에게 사업성이 좋지 않습니다. 재건축은 철거할 때 싹 밀어버리면 되지만, 리모델링은 뼈대를 남겨야 하므로 조심해서 공사해야 합니다. 앞뒤로 늘리는 수평 증축이나 위로 올리는 수직 증축이나 시공 방법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건축비용도 늘어나기에 다수 건설사는 관심이 없습니다. 입주민 입장에서도 건축비 차이가 재건축과 크지 않은 데다가, 가구 증가도 많아야 수십 가구에 그치니 일반 분양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거나 조합원 분담금을 줄이기 어렵습니다.

전체 가구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리모델링 추진단지들을 보면 필연적으로 재건축 추진파들과 갈등이 있습니다. 리모델링의 번거로움에 비해 크게 바뀌는 게 없다며 버티는 주민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리모델링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완성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도 재건축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건축이 잘되면 주택도 많이 공급되고, 임대주택도 의무적으로 넣으니 서민 주거복지에 도움이 됩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로 이익을 환수할 수도 있습니다. 공공기여를 통해서는 공원, 보행로 등의 기반 시설이 확충됩니다. 재건축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리모델링은 사실상 새집을 갖게 되는 집주인한테 더 도움이 됩니다. 리모델링은 가구 수 증가가 미미해 주택시장에서 공급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공공기여나 임대주택 확충도 의무가 아닙니다. 단기간이 이주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 시장 불안만 초래합니다.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정부 입장에선 품만 들어갈 뿐 정책적으로 얻는 게 없는 셈입니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에서는 용적률 더 받으려고 공공기여를 많이 하는 추세라고 하는데, 이것도 서울 양천구 목동이나 경기 성남 분당과 같이 기본적으로 입지가 좋아 사업성이 잘 나오는 곳에서 이뤄진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신축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리모델링도 신축 아파트를 공급하는 하나의 방법인 만큼 정책적으로 소외시키기보다는 함께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입주 물량이 부족한 서울의 경우 준공 후 15년 이상이 지난 리모델링 가능한 단지로 공급할 수 있는 가구가 최대 11만6000가구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사비가 적게 들고, 공사 기간도 단축되는 장점이 있으며 친환경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주택 수요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각각의 특성에 맞는 활성화 대안이 상호 보완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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