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왕불식언

정인수 2024. 11. 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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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불식언(王不食言)'이라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왕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작금의 왕은 대통령에 비유된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기고 이마에 흰 수염 붙이고 TV 토론회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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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 김대중재단 자문위원회 부의장

‘왕불식언(王不食言)’이라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왕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작금의 왕은 대통령에 비유된다. 대통령은 나라의 으뜸이다. 대통령 언행은 중천금으로 만인이 주시하기 마련이다. 국민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되자 정의와 공정과 상식에 맞는 패러디임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시중에서는 말이 많다. 자주 식언을 일삼으며 빈대떡 뒤집듯 유불리에 따라 자주 말을 바꾼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운동 때부터 화제의 메이커였다. 도리도리, 쩍벌남은 약과였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기고 이마에 흰 수염 붙이고 TV 토론회에 등장했다.

간발의 차이로 대통령이 되었다. 대한민국 국운이기도 했다. 권좌에 오르자마자 유서 깊은 청와대를 팽개치고 일명 ‘용와대’를 만들어 옮겼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미스터리다. 천문학적 예산을 소비하여 국고 낭비라는 말이 뒤따랐다. 부인 김건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당장은 확인할 길 없다.

불행했던 옛날이 데자뷔 되었다. 고종은 명성황후와 함께 주술에 의존하는 정치를 했다. 고종은 왕족에게 내리는 천민출신 무녀에게 군(君)이라는 작호를 내렸다. 진령군이었다. 무녀는 왕궁에 무시로 출입하였다. 궁궐은 연신 굿판이 벌어졌다. 왕과 왕후의 총애를 누리며 국사를 농단했다. 금강산 일만이천 봉에 쌀과 돈을 가져다 바치라는 주술에 시키는 대로 했다. 국고 탕진이었다. 주술정치의 끝은 참담했다. 명성황후는 일본 사무라이에 의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고종은 독살당했다. 이것은 역사적 팩트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17%에 불과하다는 여론 조사는 충격적이다. 그토록 윤 대통령이 믿었던 TK 지역과 콘크리트 지지층도 무너지고 있다. 조기 레임덕 시작은 국가나 본인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1월 7일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 국민은 혹시나 하고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쾌도난마는 없었다. 구차스러운 궤변, 변명, 해명, 자화자찬식이었다. 국민은 크게 실망했다. 장시간 장황한 립서비스에 불과했다. ‘패군지장 불어병(敗軍之將 不語兵)’이라는 고사가 떠 오른다. ‘실패한 자는 구구한 변명을 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그래, 우리 집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는지 특검을 통해 검증해보자. 문제가 드러나면 내가 평소 말한 대로 공정과 상식선에서 처리하겠다”라고 해야 옳았다. 지도자는 때론 읍참마속의 결기와 신념이 필요한 것이다. 언제까지 김건희의 호위무사에 연연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임기는 어느덧 일모도원의 형국이다. 나머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작금의 나라 형편은 만만치 않다. 점증하는 예측불허 안보 리스크에 경제는 팍팍하다. 저마다 살기 힘들다는 푸념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지 묻는다.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누란의 위기를 극복하라! 그리고 정치의 요체인 국태민안에 최선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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