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청약 저축자의 눈물
올해 경기 파주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모씨는 지난 6일 정부가 내놓은 ‘디딤돌 대출 개선 방안’을 놓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꼬박 10년간 매월 청약 통장에 10만원을 저축했다”며 “청약 저축 납입액으로 내주는 디딤돌 대출을 정작 청약 당첨자들은 못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지난달 서민 대상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 한도를 급작스럽게 줄이려고 해 논란을 일으킨 정부가 최근 개선 방안을 내놨다. 시장이 과열된 수도권 아파트만 한도를 축소하고, 12월 2일 이전에 계약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입주하는 경우엔 예외를 두어 한도를 축소하지 않기로 했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디딤돌 대출로 잔금을 치를 계획을 하고 작년과 올해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새로 분양받은 사람들은 결국 디딤돌 대출 이용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등기가 없는 신축 아파트는 담보를 잡을 수 없어 기금 건전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수도권에 한해 앞으로 디딤돌 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작년과 올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대부분 입주 시기가 2026년 이후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입주’라는 예외 조건에서 벗어난다.
디딤돌 대출은 청약저축 납입금 등을 재원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에서 나간다. 청약 통장에 저축을 해 아파트에 당첨되고도, 막상 기금 대출은 받지 못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디딤돌 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 대출로 분양 아파트 잔금을 치르려는 사람들은 살림을 꾸리기에도 빠듯한 월급에도 ‘내 집 마련’이라는 꿈 하나로 꼬박꼬박 월 10만원씩 청약 통장에 성실하게 저축을 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대출받을 수 있는 아파트 가격도 5억원 이하로, 청약하면 흔히 생각하는 ‘로또 아파트’와는 거리가 멀다. 셋방살이 전전하지 않고 자녀를 키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청약을 붓고 디딤돌 대출이 가능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이다.
정부에선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이나 시중은행의 집단 대출을 이용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30년 만기를 기준으로 2억5000만원을 빌렸을 때 보금자리론(4.25%)과 디딤돌대출(3.6%)의 연간 이자 비용은 110만원 넘게 차이 난다. 시중은행 금리는 당연히 더 높다. 서민 입장에선 결코 무시하기 힘든 금액이다.
기금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디딤돌 대출 한도를 제한한다는 정부 설명도 수요자인 서민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다. 최근 2년 6개월간 주택도시기금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난 대출금 5746억원의 79%는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저리로 빌려줬다 부도가 난 대출금이다. 수요자들 입장에선 엉뚱한 데서 건전성을 찾는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벌써 곳곳에서 정부가 못 미더워 청약 저축을 해지하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이 진정한 기금 건전성 제고인지 정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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