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입 열면 다 뒤집어진다”던 명태균, 檢 조사 후엔 “너스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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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씨가 최근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과 나눈 대화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특수관계를 한껏 과시하던 기존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대통령 부부와 언제까지 연락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십거리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그간의 발언에 대해 "너스레를 떤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그러면서 대뜸 두산중공업을 비유로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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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씨는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제기된 초기만 해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처럼 센 발언들을 했다. “김 여사와 대화, 최고 중요한 것만 까도 200개가 넘을 것” “아직 대선은 얘기도 안 했다. 입 열면 다 뒤집어진다” “김 여사가 나더러 인수위에 와서 사람들 면접 보라고 그랬다” 같은 말들이다. 그랬던 그가 검찰 조사를 받고 난 뒤엔 ‘톤 다운’을 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듯한 그의 말에는 액셀과 브레이크가 있다. 한창 액셀을 밟을 땐 대통령 부부와 6개월간 매일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등 각별하게 상의하는 사이였다고 말하다가도, 더 파고드는 질문엔 “더 얘기하는 건 불손한 행위” “옆에서 조언해 준 사람일 뿐”이라고 브레이크를 밟는다. 함께 일했던 직원 강혜경 씨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했을 땐 “식탁 밑 강아지가 떨어지는 것만 보고 혼자 상상하는 것”이라며 깎아내리기도 했다. 애초에 입을 안 열면 될 것을 냄새만 한껏 풍겨 놓고 물러서는 걸 보면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해 “센 것을 쥐고 있는데 어떻게 나오는지 보겠다”며 거래를 시도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엊그제 명 씨가 검찰 조사 직후 보인 태도 변화는 특히 의미심장하다. 조사 이틀 전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공천에 관여한 바 없고 명 씨와 부적절한 일도 없었다”고 한 것에 호응이라도 하듯 기자들에게 “언론이 거짓의 산을 만들었다”고 했다. 정치자금법(정자법) 위반 사건인데 왜 허위보도에 대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고도 했다. 국정농단과 공천 개입이 의심되는 본인 발언이나 녹음된 음성에 대해선 ‘너스레’ ‘가십’이라면서 명 씨 개인 비리에 한정되는 정자법 위반 여부에만 수사가 집중돼야 한다는 얘기다.
▷명 씨가 꼬리를 내리기까지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지금으로선 검찰이 엄정하게 의혹을 수사하는지 지켜봐야 할 때다. 마침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취임 전날 ‘우리 김영선 의원 꼭 좀 부탁한다’고 보낸 여러 건의 문자메시지가 확보됐다고 한다. 명 씨의 말만 따라가다 보면 길을 잃기 쉽다. 증거와 팩트를 따라가며 정치 브로커에게 국정이 농락당한 게 맞는지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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