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원수]대통령실 거짓말은 ‘대통령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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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홈페이지엔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코너가 있다.
지난달 8일 대통령실은 공천 개입 의혹의 당사자 명태균 씨와 관련한 첫 입장문을 내놨다.
명 씨를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이라고 지칭하면서 대통령실은 '대선 경선 이후 대통령은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실은 허위 사실을 국민에게 적어도 한 달간 알린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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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공개되는 내용은 통상적으로 대통령 참모 회의를 거치고, 대통령으로부터 문구 승인을 받는다고 한다. 대통령이 참모 회의까지 한 뒤 싣는 글은 상식적으로도 대통령의 발언 그 자체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외부로 표명되는 모든 청와대의 입장은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행위로 귀속되어야 하고, (참모의 발언은) 곧 대통령 자신의 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 대통령실의 입장은 형식적으로는 대통령실의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때론 법률적으로 대통령의 것인 셈이다.
명태균 관련 입장, 대통령 말과 너무 달라
그런데 대통령실의 입장이 대통령에게 부정당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8일 대통령실은 공천 개입 의혹의 당사자 명태균 씨와 관련한 첫 입장문을 내놨다. 명 씨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연일 강조하던 때였다. 명 씨를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이라고 지칭하면서 대통령실은 ‘대선 경선 이후 대통령은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약 한 달 뒤인 이달 7일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참모 회의에서 ‘당선된 이후 연락을 했다’고 했는데, 대변인이 ‘경선 뒷부분 이후에는 사실상 연락을 안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 씨의 역할에 대해서도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입장과 대통령의 말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명 씨가 대통령 부부와 언제까지 만났고, 대선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명 씨 관련 의혹의 핵심 사안이다. 입장문을 내기 전에 참모진이 대통령에게 애매한 부분을 묻고 또 물어서 문구에 조그마한 오류라도 없는지 점검했어야 했다. 그런 절차가 허술했던 것으로 비치니 자연스럽게 도이치모터스 관련 글도 제대로 올린 걸까 의심하게 된다. 이러니 윤 대통령이 취임식 전날 ‘김영선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 좀 해줘라’고 명 씨에게 말하는 통화 육성이 공개되니, 말이 바뀐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입장은 모두 대통령 책임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실은 허위 사실을 국민에게 적어도 한 달간 알린 게 된다. 권력층 주변의 의혹은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해명 과정에서 나온 거짓말 논란이 더 큰 화를 부를 때가 많다. 대통령의 거짓말로 인식될 수 있는 대통령실 입장문의 바로잡기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대통령의 오랜 지인들은 대통령이 참모의 직언을 잘 듣지 않고, 특히 여사와 관련한 부분은 금기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대통령이 격노하고 질책하면 다시 질문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참모들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현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소통 부재, 일방적인 수직 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향후 유사한 일이, 어쩌면 더 치명적인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정원수 부국장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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