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직무 정지 조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대한체육회의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하루 앞둔 11일 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문체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기흥 회장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 기관에 수사 의뢰 및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이 회장 직무를 정지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10일 대한체육회를 대상으로 비위 여부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이기흥 회장과 관련자를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국무조정실 점검단 등의 결과를 아직 공식적으로 받아보지 못했지만, 그 결과에 따라 징계 요구가 있을 것"이라며 "대한체육회장을 직무 정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2조의 3은 공공기관의 임원이 비위행위를 한 경우, 해당 임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 법에 따른 공공기관으로, 이기흥 회장은 공공기관의 임원에 해당된다. 문체부가 체육단체장을 직무 정지한 사례는 2013년 윤 모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사건이 있다. 당시 윤 회장은 폭행 혐의로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조치를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 이기흥 회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으로 간주하고 징계 조처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내 법에 따라 이루어진 직무 정지인 만큼 IOC 관련 부분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직무 정지 조치는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에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12일 전체 회의를 열어 이 회장의 연임 승인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기흥 회장은 비위 혐의로 직무 정지 조치를 받은 만큼, 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 및 임원은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으며, 세 번째 연임을 위해서는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스포츠공정위는 지난 4일 소위원회를 열어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 의사에 대해 사전 심의를 했으며, 12일 전체 회의에서 그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사진 = 연합뉴스
최대영 rokmc117@fom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