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유레카]

구둘래 기자 2024. 11. 1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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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2021년, 21세기북스) 토드 로즈에 따르면, 지금의 학교는 '테일러주의'에 적합한 인간을 배출하기 위해 생겨났다.

테일러주의에서는 장인은 사라지고 작업자와 관리자 시스템으로 개편되었다.

서울대 의대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된 대학·학과에 초등학교부터 12년의 경주를 거쳐 배치된다.

수능과 함께 학교는 의미를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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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2021년, 21세기북스) 토드 로즈에 따르면, 지금의 학교는 ‘테일러주의’에 적합한 인간을 배출하기 위해 생겨났다. 테일러주의에서는 장인은 사라지고 작업자와 관리자 시스템으로 개편되었다. 1912년 일반교육위원회의 비전 논평은 ‘철학자·학자·과학자·작가·화가·변호사·의사’ 등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부모 세대가 불완전하게 수행 중인 일을 완벽하게 해내도록 가르치려 한다”고 천명했다. 작업 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를 그대로 가져오고 학생들을 작업대처럼 일렬로 정렬된 책상에 반듯한 자세로 앉혔다. 노동자는 이렇게 길러지는데 관리자는 어떻게 기를 것인가. 에드워드 손다이크는 평균이라는 이상에 걸맞은 교육 시스템에서 우등생을 가려내는 선발제도를 만들어낸다. 그의 개념은 ‘한가지 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다른 대부분의 일에도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생학자 프랜시스 골턴의 신조를 이어받았다.

한국에서는 체력장을 다른 날 치르고 하루에 모든 점수가 결정되는 학력고사가 1992년까지 시행되었다. 이후는 위험을 분산시키는 시험 제도가 마련되었다. 수학능력시험에 내신과 논술이 더해진 것이다. 하지만 위험은 분산되었다기보다는 고도화되었다. 서울대 의대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된 대학·학과에 초등학교부터 12년의 경주를 거쳐 배치된다.

노동자와 관리자를 수능만큼 잘 구현한 시험은 없다. 1%의 판별이 쉽도록 문제는 어려워진다. 수능 점수는 가운데가 볼록한 정규분포라기보다 쌍봉형이다. 수능과 함께 학교는 의미를 상실했다. 잘하는 학생은 부모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학교 교육이 필요 없게 잘하고, 공부에 손을 놓은 아이는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만큼 여러가지 이유로 학교 교육에 관심이 없다. ‘원래 태어난 대로 결정된다’는 미국의 속담에서 나온 수저론은 한국에서 보편화되었다.

‘흑백요리사’ ‘오징어 게임’처럼 한국에서 인간 사회의 비유로 양극화된 계급이 보편적인 것은 수능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프로젝트7’(제이티비시)은 베니핏(내신)과 투표수(수능)를 총합한다. ‘재능 있는 사람은 다 잘한다’는 손다이크의 믿음처럼 이렇게 선발된 아이돌은 드라마·영화·예능 등 각 분야로 배분된다. ‘프로젝트7’ 70위 컷오프 발표장에서 일본인 연습생 사쿠라다 켄신은 “사실 모두와 함께 데뷔하고 싶습니다”라는 한국인의 상상을 벗어나는 말을 한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줄세우기인 수능이 14일 치러진다.

구둘래 책지성팀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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