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한 DNA 검사로 55년 전 바뀐 동생 찾아···결과도 해피엔딩?
여동생으로 다른 여성 지목
알고 보니 55년 전 병원에서 바뀐 동생
1967년 한 영국 병원에서 태어난 두 아기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이 55년 만에 DNA 검사로 우연히 확인됐다.
11일(현지시간)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22년 2월 웨스트미들랜즈에 사는 토니라는 남성은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가정용 키트로 DNA 검사를 했다. 당시 DNA 검사로 ‘족보’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토니의 여동생이 제시카(가명)가 아닌 클레어(가명)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보다 2년 앞서 클레어도 DNA 키트를 선물을 받아 검사를 했다. 당시엔 자기 가족 정보와 잘 맞지 않는 듯했지만 지나쳤다가 2022년 DNA 검사 결과가 딱 맞는 형제가 있다는 알림을 받았다.
토니와 클레어는 서로 연락해 토니의 여동생 제시카와 클레어가 몇 시간 차이로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결국 두 아기가 뒤바뀌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2022년 5월 이 병원을 감독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 재단 측은 두 가족에게 출생 당시의 기록이나 직원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이 일에 대한 책임은 인정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출생 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뀐 것으로 기록된 건 NHS 사상 처음이다. 다만 2년 반이 지나도록 보상 수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두 가족은 진실을 확인한 뒤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토니가 어머니 조앤에게 먼저 이를 알렸고, 이들은 제시카의 집으로 가서 같은 사실을 알렸다. 조앤은 ‘딸’ 제시카에게 모녀 사이는 변치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후 둘 사이는 예전 같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시카는 언론 인터뷰도 거절했다.
클레어는 생모인 조앤을 처음 만난 순간 “우리 눈이 똑같다. 내가 정말 누군가를 닮았다니!”라고 말했다. 자신이 함께 살았던 식구들과 외모나 기질이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조앤은 클레어에게 성장기에 행복했는지 물었는데 클레어는 힘든 성장기를 보냈다는 사실을 처음엔 생모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클레어는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별거했고 절대 빈곤과 노숙 환경에서 자랐다. 배고플 때도 많았다”고 BBC에 말했다. 클레어는 이후에는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클레어의 어머니는 친딸 제시카에게 명절과 생일에 선물을 보내는 등 관계를 쌓아보려 노력했지만, 클레어가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클레어를 키워준 어머니는 올해 초 세상을 떠났다.
클레어는 생모인 조앤을 ‘엄마’라고 부르며 함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앤은 “제시카가 생물학적 딸이 아니어도 내겐 어떤 차이도 없다”며 “제시카는 여전히 내 딸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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