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대검, 증빙서류 제출 협의…‘검찰 특경비’는 살아나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찰의 내년도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정치권과 검찰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야당이 주도해 국회가 전액 삭감을 추진하고 있는 검찰 예산은 특활비와 특경비다. 특활비는 명목상 ‘기밀 수사’에 쓰이는 돈으로, 증빙 의무가 면제되는 범위가 넓다. 이 때문에 야당과 시민사회에선 ‘검찰의 쌈짓돈’이라 부르며 유용 의혹을 제기해왔다. 앞서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대표)와 뉴스타파 등은 검찰로부터 받은 업무경비 내역 일체를 분석해 특활비가 일부 직원 격려금 및 회식비, 사무기기 렌털비 등으로 사용된 정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특경비는 상대적으로 보안 정도가 낮은 수사에 쓰이는 경비다. 검사·수사관 등이 쓰는데 대체로 일시·금액·장소가 명시된 지출명세를 제출하고 있다.
야당 “소명해야 편성” 입장
수사비·수당 포함 특경비
예산안 반영될 여지 남아
쌈짓돈 의혹 특활비 80억
법무부 공개 거부 갈등만
전문가 “야당 분리 접근해야”
지난 7일 국회 법사위는 예산소위를 열어 법무부가 요청한 내년 검찰 특활비 예산 80억원과 특경비 예산 507억원 등을 전액 삭감했다. 이튿날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삭감안이 반영된 예산안을 의결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소위 심사 결과 보고 과정에서 “(법무부에) 특활비와 경비 세부 내용 제출을 요구하며 소명이 없으면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으나, 검찰은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삭감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 예산 담당자인 법무부 검찰과장이 항의성 사표를 냈고, 대검찰청도 “다른 기관도 받는 특경비인데 유독 검찰만 없앤다는 것은 전례가 없고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특경비가 전액 삭감되면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특경비는 수사와 직결된 예산인 데다 검찰청에 소속된 모든 평검사와 수사관에게 지급되는 수당 일부가 특경비에 편성된 개인활동비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편성한 내년도 특경비 예산은 인권보호 등 검찰 업무 지원과 첨단범죄 및 디지털 수사, 형사부 등 수사 지원을 포함한 13개 항목 총 506억9000만원이다. 이 중 59.7%는 개인활동비로 약 302억원에 달한다.
검찰 일각에선 야당이 특활비를 넘어 특경비까지 삭감하고 나선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삭감을 하는 것”이라며 검찰을 거들었다.
법무부 예산안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긴 했지만 앞으로 특경비 예산이 살아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법무부는 11일 검찰이 최근 1~2개월간 지출한 특경비 증빙서류를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대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는 법무부가 제출하는 자료를 본 다음 판단하겠다고 했다. 특경비 예산 재편성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그렇지만 특활비 80억원은 삭감될 공산이 크다. 검찰은 증빙자료 제출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이에 맞서 야당은 특활비 전면 폐지 방침을 밀어붙일 태세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활비 자체가 기밀성이 높은 정보 활동 및 보안을 필요로 하는 수사에 쓰이는 돈”이라며 “보안을 어기고 내용을 보여달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활비 유용 의혹을 받아온 검찰이 제대로 증빙자료를 입법부에 내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실제 업무경비인 특경비는 특활비와 사정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하 변호사는 “(특활비는) 관례적으로 쌈짓돈처럼 써온 사례가 적발됐던 만큼 증빙이 어렵다면 삭감 대상에 오르는 게 맞다”면서도 “특활비 삭감과 특경비 삭감은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연주·이창준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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