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봐줄 사람들 늘 옆에 있으니 마음 든든”
“생활이 편해져서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늘 가까이서 돌봐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마음이 놓이고 든든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모씨(82)는 대전 대덕구 중리동의 노후 다가구주택에서 10년 넘게 홀로 월세살이를 했다. 건물이 오래된 탓에 겨울이면 난방도 시원치 않고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 불편이 컸다. 하지만 주변 월세 등을 감안하면 이사도 쉽지 않았다. 그런 이씨에게 최근 새 보금자리가 생겼다. 작은방과 거실 하나가 딸린 원룸 형태의 집이지만 혼자 지내기에는 부족함 없는 안성맞춤의 생활 공간이다.
이씨가 새로 이사를 간 곳은 대덕구가 고령자들을 위해 조성한 케어안심주택 ‘늘봄채’다. 늘봄채는 대전에서 처음 조성된 케어안심주택으로 이씨는 이곳의 1호 입주자다. 케어안심주택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 주거지에서 요양과 의료 등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설이다. 대덕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약을 맺어 LH 소유의 고령자매입임대주택을 노인들을 위한 주거복지 공간으로 조성했다.
문턱 없고 안전 손잡이 설치
사회복지사·간호사도 상주
저소득층 대상 임대료 저렴
입주자들 “호텔 같아” 만족
지상 4층 규모의 늘봄채에는 1~2인 11가구가 생활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지난 6일 찾은 늘봄채는 건물 자체가 노인들의 이동 제약을 최소화한 고령자 친화주택으로 설계돼 있었다. 건물 외부에 완만한 경사로가 있고, 내부에는 복도 핸드레일과 승강기 등이 갖춰져 있었다. 각 가구 입구와 화장실 등에도 노인들을 위한 안전 손잡이가 설치돼 있으며, 문턱이 없어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노인들이 생활하기에도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늘봄채는 입지 선정 때에도 병원과 은행, 전통시장 등 노인들에게 필요한 생활 인프라를 고려했다. 입주 자격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의 65세 이상 무주택자다. 임대료는 월 10만~20만원으로, 비슷한 조건의 주변 주택들에 비해 50% 이상 저렴하다.
케어안심주택은 노인들에게 주거 편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주택 내부 공유 공간에는 관리인력과 사회복지사, 간호사가 상주한다. 필요시 언제든 복지·의료 상담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공유 공간을 활용해 복지관에서 입주자들을 위한 여가·문화·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무엇보다 상주 인력이 수시로 입주 노인들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고 촘촘하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고령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주거복지 모델인 셈이다.
입주자들도 케어안심주택에서의 생활에 만족감을 나타낸다. 이씨는 “보일러도 제대로 안 돌아가 춥고 불편한 집에서 살다 이곳에 오니 호텔에 사는 것 같다”며 “병들고 혼자 사는 노인들이야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도 모를 텐데 말벗할 비슷한 처지의 이웃도 있고 늘 관심 가져주는 분들이 있으니 이제는 죽을 때까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은선 대덕구 통합돌봄사업팀장은 11일 “노인의료·돌봄통합지원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케어안심주택은 어르신들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면서 “사업 안착에 주력하면서 지역 내 다른 권역으로의 확대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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