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하자마자 자리 뺏겨” 아직도 힘든 육아휴직
“육아휴직 다음날 회사로부터 책상을 치우겠다. 새로 출근한 직원이 앉을 예정이란 말을 듣게 됐습니다. 후회 되네요”
최근 아내의 출산으로 유아휴직을 한 A씨는 6개월 후가 두렵다고 푸념한다. 회사 측은 육아휴직을 장려한다면서도 그가 휴가에 돌입하자 바로 자리를 정리하고 다른 직원 그의 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동료에게 전해들은 A씨는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만에 하나 인사상 불이익이나 복직 후 차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기 심각해지는 지금 정부는 육아휴직을 장려하며 출산율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지만 우리사회 일부에서는 A씨처럼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전날인 10일 출산·육아에 대한 갑질 실태 및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 '임신 출산 육아가 가능한 일터를 위한 제언’을 보면 A씨와 유사한 고민으로 상담 받은 이들이 많았다.
단체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접수된 임신·출산·육아 갑질 관련 이메일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41건을 분석한 결과 불이익의 유형(중복집계)은 '직장 내 괴롭힘'이 63.4%(26건)로 가장 많았다.
그밖에 '부당평가·인사발령'(31.7%, 13건), '단축 근무 등 거부'(24.3%, 10건), '해고·권고사직'(12.2%, 5건), '연차사용 불허'(12.2%, 5건) 순이었다.
단체가 공개모집을 통해 찾은 갑질 사례자 8명 역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기본적 제도조차 사용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A씨는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하자 부장이 굉장히 불쾌해하며 휴가 사용을 말라고 회유했다”고 전했다.
단체는 이와 관련 “모부성 권리 제도를 개선하거나 및 '저출생 해소'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론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전체 노동조건을 상향시키고 성평등 관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사회가 여성의 노동권과 모부성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것이 현장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육아 휴직과 관련 법무법인 대륜 김다은 변호사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육아휴직 제도는 계속해서 대상자들의 필요에 따라 개편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높아짐에 따라 육아휴직 제도는 기본으로 보장해주되 이에 더 나아가 육아 휴직자를 위한 더 적극적인 제도를 선제적으로 시행하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실제 법무법인 대륜에서는 기존의 육아휴직 제도는 기본으로 보장해주고, 이에 더하여 육아와 소득 수준 유지 모두를 보장해주기 위하여 재택근무도 보장해주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아직 모성보호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여,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기업들이 많고, 그에 따라 육아휴직을 보장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제재 역시 점차 강해지고 있으며 육아휴직자에 대한 처우 보장에 대한 판단기준 역시 점차 엄격화, 정교화되고 있다”며 “육아휴직 후 복직시 업무에 대해서도, 육아휴직 종료 후 휴직 전과 동일하거나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업무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사업주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복귀시키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조직개편 등으로 인하여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다른 업무로 복귀시키는 것도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업무일 것이 요구된다”면서 “그럼에도 모든 기업에서 이러한 제도들이 충분히 보장되기 어려우며, 그 경우에도 휴직자들은 모성보호센터와 같이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덧붙여 “따라서 신고를 기다리기 보다는, 선제적으로 각 기업들이 이러한 제도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 검사하거나 혹은 육아휴직 제도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정부 보조금이나 기업평가 등에서의 혜택을 주는 등의 제도가 시행되는 것도 각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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