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에 파묻히고 덩굴에 휘감기고…방치된 국가등록문화재

민소영 2024. 11. 1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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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나비박사'이자 '제주학' 선구자 석주명 선생이 1940년대에 심은 동백나무를 행정기관에서 '벌레 민원'으로 베어버렸다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죠.

석주명 선생이 제주학을 연구했던 건물 역시,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민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풀에 싸인 빨간 지붕 건물.

오랜 기간 관리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덩굴이 뒤덮은 외벽은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건물 안 천장과 벽면에도 덩굴이 자라고 있습니다.

1940년대 일제강점기 옛 경성제국대 생약연구소 제주시험장으로 쓰인 곳입니다.

이 건물이 특별한 이유는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이 1943년부터 2년간 근무하며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제주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자연과 생태, 언어와 문화, 사회 등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른 현장 답사와 자료 수집 결과는 제주도 총서 6권으로 정리돼, '제주학 선구자'라는 이름도 얻었습니다.

4년 전에는 국가유산청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윤용택/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 "우리는 4·3을 거치면서 많은 자료들을 손실하고 또 없어져 버렸는데, 이런 것이 (제주4·3 이전) 그때의 모습을 어느 정도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귀한 자료가 되는 거죠."]

보존 가치가 높은 근대건축물로 인정받은 이 건물은 2017년까지 제주대 부속 연구시설로 사용되다가, 제주도가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로 장기간 방치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는 뒤늦게 관련 예산을 확보해 건물 보수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국비를 확보해 내년부터 건물 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한편, 건물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용역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일대는 석주명 선생을 기념하겠다며 국비 수십억 원 규모의 여러 사업도 추진됐지만, 비슷한 연구용역만 10년 가까이 도돌이표입니다.

KBS 뉴스 민소영입니다.

촬영기자:강재윤/그래픽:서경환

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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