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단독' 경쟁? 어디까지 단독 보도일까

장슬기 기자 2024. 11. 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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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언론 '특수교사 사망사건' 단독, 한국일보도 '추가 팩트 있다' 단독보도 내며 중재위까지
포털 중심 '한국적 관행' 해외에선 속보·단독 엄격한 잣대 표기…기협 등 직능단체서 기준 마련 필요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언론사마다 기자마다 단독 보도에 대한 기준이 다르고 언론계에 단독 보도에 대한 합의된 기준이 없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24분, 인천 지역언론 인천투데이가 <[단독] 인천 한 초등학교 30세 특수교사 사망…'과도 업무 의혹'>이란 기사를 보도했다. 인천 미추홀구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오후 4시, 한국일보에서 <[단독] 내년 결혼 앞둔 30세 특수교사 사망…“중증 학생 많은 과밀학급서 과중한 업무”>란 기사를 내보냈다. 사망한 특수교사가 장애학생들에게 부상을 당했을 때 병가를 내지 못하고 학부모 민원을 받았다는 등의 내용이 일부 추가됐다.

이를 두고 인천투데이 측에서는 '중앙지(전국단위 일간지)가 지역언론의 단독보도를 빼앗았다'는 입장이다. 인천투데이는 지난달 31일과 지난 4일 한국일보 측에 공문을 보내 “명백한 타사 기사의 무단전재에 해당하며 후발 보도임에도 '단독' 표기를 한 것은 독자들에 대한 기만이자 언론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며 '단독'표기 삭제, 인천투데이 최초 보도 출처 명시, 정정보도와 공식 사과문 게재를 요구했다.

포털에 노출되지 않는 지역언론의 단독보도를 '중앙언론'에서 '단독'을 붙여 보도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지만 대부분 문제제기하지 않고 넘어간다. 그러나 인천투데이의 경우 포털에 노출되는 매체이기 때문에 네이버에서 '미추홀구 사망'이라고 검색하면 두 매체의 '단독' 기사가 함께 검색된다.

▲ 지난달 31일자 인천투데이(위)와 한국일보의 단독보도

지역언론과 중앙언론의 단독보도 갈등

한국일보 측은 자사 기사도 단독보도라고 반박했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지난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인천투데이가) 기사를 낸지 몰랐다”며 “(한국일보) 기자가 그날 아침 8시33분에 제보를 받고 경찰 등을 취재해서 썼기 때문에 인천투데이 기사를 참고했으니 출처를 명기해달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사망 교사가) 맡은 학급이 왜 과밀학급에 됐는지, 통합학급 외 행정일도 챙겼어야 하는 사항, (사망교사가)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 등 인천투데이에 없는 내용이 많아 '단독'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 측은 이러한 내용을 담아 지난 7일 인천투데이 쪽에 답했다. 인천투데이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에 “이런 식이면 누구나 조금 달리써서 단독을 달겠다”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천투데이 입장에서 보면 한국일보 기사의 핵심도 특수교사의 사망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일보 해명 중 '출고할 당시 인천투데이 기사가 나온지 몰랐다'는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사망사건에 단독 경쟁을 벌이는 언론사들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공방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일단 단독보도에 대한 갈등으로 언론사 간 언론중재위로 가는 경우가 드물다. 실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관심 있게 볼 대목이다. 사실 단독보도 갈등이 이번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언론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독립언론이나 소규모 풀뿌리 지역언론에서 이미 보도한 내용인데 대형 언론사들이 단독이라며 보도하는 일이 많다.

단독보도는 왜 이렇게 많을까

독자 입장에서는 단독보도가 너무 많고, '정말 단독의 가치가 있느냐'고 쉽게 비판할 수 있지만 현재 포털 중심의 언론계에서 '단독' 표기가 단순히 클릭수 높이기 차원에서만 이뤄진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취재원 입장에서도 자신이 제보한 내용을 더 널리 알려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제보한 기사에 단독을 달아주길 원하는 경우도 많다. 특정 매체나 특정 기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국회에서 매년 10월 국정감사를 진행하는데 이때 각 의원실에서는 피감기관에서 수많은 자료를 받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 통상 언론에 제보해 단독보도를 내고 각 의원실 관계자들은 상임위 관련 단독보도를 통해 어떤 의원실이 무엇을 발굴했는지 확인하고, 해당 사안에 대해 새로운 사실관계가 어디까지 나왔는지 확인한다. 의원실 간 경쟁이라고만 치부하긴 어려운 대목인데 포털에 쏟아진 기사들 속에서 새로운 팩트가 얼마나 나왔는지 단독보도를 통해 사안의 '진도'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여타 취재원들도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의 제보 내용이 단독보도로 나가길 원한다. 최근 명태균씨 관련 의혹도 기사량이 많기 때문에 '단독' 보도를 기준으로 사안을 파악하는 것이 수월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특정 언론사만 단독 표기를 빼겠다는 결단은 유지되기 어렵다. JTBC는 지난 2018년 2월말 단독 표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JTBC는 “채널과 매체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과해지고 '단독'이 남발되는 현상을 보여 온 것이 현재의 우리 언론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JTBC를 비롯해 많은 언론사가 타사에서 이미 보도한 내용도 단독이라고 달거나 지나친 단독보도 경쟁으로 비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JTBC의 약속은 3년을 가지 못했고, 지난 2020년 10월초 단독 표기를 다시 달기 시작했다. 이때 JTBC 관계자는 포털 등 온라인에서 주로 뉴스가 소비되는 가운데 공들인 심층 보도물조차 일부 내용을 수많은 매체가 인용하는데 최초 보도한 내용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단독] 표기를 하겠다고 했다.

현재 단독보도는 기사의 주목도를 높이는 목적 외에도 해당 사건을 보도할 때 최초 보도한 매체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달라는 표시가 되기도 한다. 단독 표기가 없을 경우 상대적으로 기사 내용이 출처없이 인용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단독보도 경쟁은 포털 유통구조의 한국적 관행
개별 언론사 차원 노력 제한적, 해결책은?

신문기자 출신인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지난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단독보도는 포털 플랫폼에서 수많은 기자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국적 관행이고 특이한 사례”라고 진단했다.

선진국 언론계는 'breaking news(브레이킹 뉴스)'를 달긴 하는데 이는 단독의 의미보다는 '속보'에 가깝다. 안 교수는 “속보 경쟁의 핵심은 1보를 쓰는 게 아니라 신속하지만 완성도 있게 전달하는 차원”이라며 “사안을 종합적이고 완전하게 전한 기자에게 '브레이킹 리포트상'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한국에서는 발생 사안에 대해서도 다른 언론사보다 먼저 썼다는 이유로 속보라고 안 하고 단독을 붙이는 이른바 '시간차 단독'을 붙인다”고 했다.

▲ 지난 6일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가 개표가 완료되기 전 당선 소감을 말하자 CNN이 'BREAKING NEWS'로 전하고 있다. 사진=JTBC 보도 갈무리

물론 해외에서도 단독보도인 'exclusive news(익스클루시브 뉴스)'가 있다. 안 교수는 “주로 뉴스 소스를 독점적으로 확보한 경우 방송기사에 등장하는데 한국처럼 자료·문서를 독점 입수하거나 사람을 독점 인터뷰하는 경우보다는 특정 현장에 해당 매체가 독점적으로 취재한 경우, 예를 들어 전쟁이 벌어지는데 우리 매체 기자만 있다면 exclusive(익스클루시브)를 표기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타 선진국의 '단독', '속보' 관행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 상황에 맞는 '단독' 보도의 기준은 없을까. KBS가 지난 2022년 3월말 자사 보도에 대한 '단독' 표기 기준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체크리스트는 독점성·독창성, 중대성, 명확성 등 3개 원칙과 그 아래 8개 항목으로 구성했다. '단독' 표기를 붙이려면 체크리스트 상 '독점성·독창성' '중대성' 요건 중 하나 이상과 '명확성'의 모든 요건을 충족하도록 했다. '명확성' 관련 항목은 정보의 출처와 취재원 정보를 제시하고,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표현을 사용했는지 여부로 구성했다.

▲ KBS가 지난 2022년 3월29일 발표한 단독보도 체크리스트

역시 특정 기사를 두고 '그 기사가 독창적이냐', '중대하냐' 등을 물으면 기자마다 이견을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요건을 충족하도록 할 경우 적어도 단독보도를 남발할 가능성은 줄어들 수 있다. 당시 KBS는 해당 체크리스트를 발전시켜나가겠다고 했다. 체크리스트는 얼마나 개선됐을까. KBS의 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지금도 참고는 하겠지만 사규가 아니라 지킬 의무는 없다”며 “지금은 임원이 바뀌어 사실상 없어진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많은 기자가 토론해서 현실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지역신문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기자협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면 단독 남발도 줄어들고 기사의 질도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도 “법률로 규정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고 '단독' 보도에 대해 기자들 사이의 이해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신문윤리위원회나 기자협회 등 직능단체 차원에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공유될 것이 분명한 뉴스 소스에는 단독을 달지 않도록 하고 사안 자체가 밝혀진 경우는 그 사안에 대해 더 종합적이고 완전한 기사라도 단독을 달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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