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결선투표 끝에 일본 총리 재선출…입지는 ‘위태’

조문희 기자 2024. 11.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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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마다 야당과 협의해야 국회 통과…국정 주도권 약화
내각 지지율 낮아…내년 7월 전 ‘총리 교체론’ 나올 수도
일본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왼쪽 일어선 사람)가 11일 특별국회 본회의에서 결선투표 끝에 총리로 재선출된 직후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연립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 이후 11일 소집된 특별국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차기 총리로 다시 선출됐다.

다만 앞으로도 예산·정책의 국회 통과를 위해선 야당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 ‘식물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영방송 NHK는 이날 중의원 결선투표에서 이시바 총리가 221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160표를 확보해 이시바 총리가 차기 총리에 선출됐다고 전했다.

의회의 총리 선출 과정에서 결선투표가 실시된 건 1994년 이후 30년 만이자 역대 5번째다. 일본에서 조기 해산 뒤에 구성된 의회는 특별국회를 열어 새 총리를 뽑는다.

앞서 이날 1차 투표에선 이시바 총리가 221표, 노다 대표는 151표를 얻어 과반(233석) 득표자가 없을 시 상위 득표자 2인이 진출하는 결선이 치러졌다. 여당이 과반인 참의원 투표에선 이시바 총리가 142표를 득표해 과반(122표) 지지를 무난히 차지했다.

결선투표 결과를 가른 건 ‘캐스팅보트’인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야당으로 분석됐다. 두 당은 중의원 총리 선거 1차 투표와 결선 투표 모두에서 자당 대표에게 투표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결선에서 두 후보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적힌 표는 모두 무효가 되기 때문에, 1당인 자민당 총재 이시바 총리의 승리가 예상됐다. 결선투표에서 무효표는 총 84표였다.

국민민주당은 이날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가 여성 탤런트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현 대표 체제와 자당 대표 지지 전략은 모두 유지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이시바 총리가 자리는 유지했지만 향후 정국 주도권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민당은 경제 대책 등 성향이 그나마 비슷한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주장을 정책마다 반영하는 ‘부분 연합’으로 정권을 유지할 방침인데, 반대급부로 야당의 영향력이 과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민주당은 이날 총리 선거에 앞서 근로소득자 면세 기준인 이른바 ‘103만엔(약 937만원)의 벽’을 178만엔(약 1620만원)으로 상향 개편하자는 등 요구를 내놓은 바 있다.

이른 시일 내 ‘총리 교체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현지 언론은 짚었다.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출범 한 달 만에 30~40%로 내려간 데다, 당내 지지도 크지 않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와 도쿄도 의회 선거를 앞두고 리더십 변화 요구가 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공명당이 국민민주당만이 아니라 사안별로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등 야당과도 협의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지가 향후 정권 (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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