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민노총, 무력충돌 유도 사전 기획... 경찰 105명 부상”
경찰은 지난 9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에서 경찰관 폭행 등으로 현장 체포된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9일 민노총의 ‘전국 노동자 대회·1차 퇴진 총궐기 대회’가 열린 서울 세종대로 등 도심에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경찰관 105명이 다쳤다. 이 중 3명은 골절상, 인대 파열 등 중상을 입었다.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5년 11월 민노총 등이 주도한 ‘민중 총궐기’ 때 경찰 129명이 다친 이후 최근 10년간 가장 큰 규모의 경찰·시위대 충돌이다.
경찰은 이 같은 폭력 집회 배후에서 민노총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지휘했다고 판단하고, 위원장 등 지도부 7명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9일 집회엔 민노총 산하 조직 등 반정부 성향 단체 수십 곳 회원 등이 참석해 약 4만명이 모였다. 서울경찰청은 집회 현장에서 경찰 폭행 혐의(공무 집행 방해)로 민노총 조합원 10명 등 11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중 4명의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민노총이 사전 신고한 9일 집회 공간은 세종대로 양방향 전 차로(9차로) 가운데 7차로였다. 경찰은 “주말 극심한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며 민노총 지도부에 세종대로 5차로만 허가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이를 무시하고 경찰 방어선을 넘어 세종대로 양방향 전차로를 점거했다.
이 과정은 민노총 조대원 조직쟁의국장이 지휘했다. 그는 오후 4시쯤 집회 단상에서 경찰 폴리스 라인을 가리키며 “힘차게 밀어내도록 하겠다”며 “동지들, 앞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민노총 조합원들 수십 명이 달려들어 50kg이 넘는 접이식 폴리스 라인을 번쩍 들어 올려 경찰관들을 향해 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폴리스 라인에 손이 끼거나 시위대에 밀려 넘어지는 경찰관들만 수십 명이었다.
조 국장은 “모든 공간을 확보, 동지들과 함께 실천하도록 하겠다”며 “앞에 있는 동지들은 (점거가) 충분히 진행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민노총 조합원들이 조대원 국장 지휘 아래 집회가 시작되는 오후 4시를 전후해 일사불란하게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했다”며 “이는 지도부가 사전에 불법 집회를 기획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서 파손된 폴리스 라인만 50개다.
당시 집회 때 시위대 일부가 갑작스레 경찰을 ‘기습 공격’한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 한 기동대원은 “시위대 20여 명이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들어 밀려 넘어졌다”며 “대치 상황도 아니었는데 느닷없이 공격해 같이 있던 대원 5명이 꼼짝없이 뒤로 넘어졌다”고 했다. 이런 기습 공격으로 다친 경찰이 20여 명이라고 한다.
경찰은 이 같은 행동이 집회 참가자들을 흥분시켜 경찰·시위대 간 무력 충돌을 유도하려는 민노총 지도부 등의 의도된 전략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도 시위대도 모두 사람인데 현장 대치 중 자기편 사람이 다쳤다거나, 일방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흥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럴 경우 시위대도 “폭력 경찰 물러가라”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 방어선을 더 거칠게 밀어붙이게 되고, 경찰 진압 수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향후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채증(採證)을 피하기 위한 노림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공격당해 채증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민노총은 “경찰이 1차 퇴진 총궐기 참가 예상 인원 대비 협소한 공간을 허가했다”며 “경찰이 집회 장소로 이동하거나 앉아 있던 조합원을 강제로 밀어붙이면서 충돌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 당 최고위에서 “1980년대 폭력을 유발하는 폭력 경찰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프락치, 사복 경찰이 시위대에 침투해 먼저 화염병과 돌을 던지면 이를 빌미로 소위 백골단이 시위대를 무차별로 폭행하던 현장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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