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코트 위에서 ‘하이큐!!’
졸업생이 훈련에 동참하기도
일요일 점심부터 남녀 중학생들이 체육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엘리트 선수 출신 베테랑 강사가 직접 지도하는 배구 수업을 받기 위해서다.
수업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그런데 학생들은 낮 12시부터 체육관을 찾았고 절반 이상은 오후 7시까지 운동했다.
“나이스!” “좋아!” 서로 격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미안해.” “괜찮아.” 실수한 친구나, 바라보는 친구나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경기 광주 광수중학교 학생들은 “배구가 재밌고 짜릿하다”면서 “배구 때문에 일요일이 기다려지고 배구 때문에 일요일이 후딱 간다”며 웃었다.
지난 10일 광수중 체육관에는 40명 가까운 학생들이 모였다. 남녀가 거의 동수였다. 이들은 2시간 동안 국가대표 출신 전문 강사로부터 배구를 열심히 배웠다. 그룹을 지어 순번으로 돌아가는 수업. 학생들은 자기 차례가 오면 진지하게 공을 기다렸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 훈련을 도왔다.
대한체육회가 진행하는 ‘신나는 주말체육’ 프로그램 장면이다. 학교가 배우고 싶은 종목을 선정해 학생들을 모으면 대한체육회가 전문 강사를 파견하는 등 모든 비용을 국고로 지원한다. 수업은 학기별로 15회씩, 1년에 총 30회다.
광수중은 배구에 애정이 많은 학교다. 배구 동아리가 몇해 전부터 활성화했다. 신나는 주말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3학년 정서희는 “지난해까지는 방과후 배구를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했다”며 “올해 두 번 배우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정서희는 평소 운동을 싫어했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체육교사 추천으로 배구를 접했다. 그는 “대회가 있으면 점심시간에도 우리끼리 모여 연습한다”며 “후배들이 많아지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같은 학년 이민영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지게 해야만 연습을 따라갈 수 있다”며 “인천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해 배구를 자주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훈련에 동참한 졸업생도 있었다. 초월고등학교에 다니는 손다은은 “주말에 배구를 배울 기회가 생겨 모교를 찾아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니 좋다”며 “초월고로 진학한 것도 배구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지도는 국가대표 출신 유용순 강사(64)가 맡았다. 미도파에서 은퇴한 뒤 23년 동안 전문 학교팀을 지도하다가 3년 전부터 클럽만 맡아 가르친다. 유 강사는 “배우려는 의지가 강해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며 “좋은 폼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수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내 중학교 클럽대회에서 남녀 모두 우승했다. 유 강사는 “전국 곳곳에 주말이면 갈 데가 없는 청소년이 많다”며 “신나는 주말체육 프로그램이 많은 학교에 보급된다면 함께 모여 운동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 글·사진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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