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선물 약속한 여의정協 … 의협 비대위에 동참 러브콜

김명환 기자(teroo@mk.co.kr),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4. 11. 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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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전공의 빠진 채 개문발차
의대정원·의평원 자율성 보장
주2회 회의서 모든 의제 논의
한동훈 "협의체 합의가 정책"
새 의협 비대위원장 선임 촉각
野 "보여주기식 협의체" 비난
사직전공의 "증원 백지화부터"
1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1차 회의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 다섯째)와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여덟째),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왼쪽 여섯째) 등이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지난 9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했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야당과 전공의 단체들의 자리를 비워둔 채 11일 '개문발차'했다.

협의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출범식을 겸한 첫 회의에서 '연내 합의 도출'을 목표로 내걸고 주 2회 회의를 개최해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한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정부에선 국무총리가 직접 (협의체에) 참석해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협의체의 합의가 곧 정책이 될 것"이라며 "당은 오직 국민의 건강만 생각해 협의와 조정의 촉진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겨울이 오기 전에 갈등을 끝내고 의료 정상화를 이끌어내자는 뜻이다.

정부 측 대표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치권, 의료계, 정부의 지향점은 크게 보면 같다"며 "정부는 향후 5년 내 국가 재정 10조원을 비롯해 총 30조원이라는 전례 없는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의료의 미래이고 자산인 전공의 수련 환경도 대폭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해온 의료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아직 협의체에 참석하지 않은 의료계를 향해 정부의 열린 태도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협의체에는 정부 쪽에서 한 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여했다. 의료계에선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등 9명이 참석했다. 당에선 3선 김성원·이만희 의원과 의사 출신 초선인 한지아 의원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엔 한 대표와 함께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자리했다.

이날 회의에서 협의체는 의료계의 요청 사항인 △사직 전공의 복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자율성 보장 등을 우선 논의하기로 했다. 또 의대 정원 문제 등의 현안도 제한 없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협의체는 주 2회(매주 수·일요일) 회의를 열고 12월 말까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내기로 했다.

2016년 설립된 의평원은 의대의 교육 여건을 점검하는 기관이다. 평가기관이기 때문에 중립성과 자율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게 의평원 안팎의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가 의평원의 기능 축소를 예고하면서 의료계 반발이 일었다.

협의체에 여당 측 대표자로 참석한 김성원 의원은 "가능한 한 12월 23일께 이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서 국민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출범한 협의체는 의료계 일부만 참석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합류하지 않은 만큼 '여의정 협의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의정갈등의 해소는 임현택 회장 탄핵 이후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단체, 야당인 민주당의 합류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대표 역시 "당초 민주당이 제일 먼저 협의체를 언급한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곧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협의체가 '보여주기식'이라고 비난하며 의협과 별도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일명 여야의정 첫 회의에서 한동훈 대표가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민주당은 오늘 일정에 대해 제대로 전달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사직 전공의들의 완강한 태도도 아직 변하지 않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하겠다면 결말은 뻔하다"며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이 담긴 7대 요구안을 수용하든 해야 다가올 혼란을 조금이라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 안팎에선 협의체가 온전히 의정갈등 해소를 논의하려면 의협 참여가 필수 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임현택 회장의 탄핵 이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어떻게 꾸려질지에 이목이 쏠린다. 협의체 참여에 대한 입장은 아직 미지수다.

현재 의협 내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과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의협 내에서도 강경파로 꼽히는 터라 협의체 운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중도·온건파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거론되는데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임현택 전 회장이 정부는 물론 전공의 단체와도 불협화음을 내면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타협점을 이끌어낼 집행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명환 기자 / 박자경 기자 / 구정근 기자 /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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