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잊힌 '여성국극' 다룬 정년이…인기 요인은?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한국전쟁 직후에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정연이가 최근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전쟁으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했던 당시 국극 문화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동아방송예술대학의 심희철 교수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심희철 교수 / 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먼트경영과
네 안녕하세요.
서현아 앵커
사실 국극이라는 소재가 조금 낯설어요.
그런데도 굉장히 큰 인기를 얻고 있죠?
심희철 교수 / 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먼트경영과
요즘의 대세 드라마죠, 동시간대 시청률 1위와 더불어서 화제성 면에서도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특히 유튜브 조회수가 3억 뷰를 지금 최근에 넘었습니다.
보니까 장년층뿐만 아니라 MZ세대까지 굉장히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1950년대 소리 천재 윤정년이 당대 최고의 국극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인데요.
국극, 그러면 좀 낯설 수 있는데 쉽게 얘기하면 여성들로만 구성된 창극이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드라마에서 이 국극이라는 소재를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인기를 끄는 요인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심희철 교수 / 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먼트경영과
드라마에서 국극이라는 소재는 처음 사용되었어요.
그래서 장점으로 보면 굉장히 신선하고 새롭죠.
그런데 이제 반대로 보면 좀 낯설고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좀 익숙하고 쉬운 코드들을 이 드라마에서는 많이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 70년이라는 간극을 두고 그 당시에 가장 인기 있었던 대중 문화죠.
국극과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케이팝을 어떻게 보면 평행 이론처럼 나란히 놓고 매칭시켜 나가거든요.
그러니까 처음 보는 국극을 보면서도 어디서 본 것 같다라는 기시감, 그러니까 데자뷰 같은 그런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겁니다.
오디션 문화가 비슷하고요, 또 합숙하는 아이돌 문화라든지 또 연습생 제도, 팬덤뿐만 아니라 성장형 아이돌과 스타 탄생이라는 이런 포맷 자체가 굉장히 비슷하기 때문에 국극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는 두명의 여성 라이벌이라는 굉장히 익숙한 레파토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모차르트와 그를 질투하는 살리에르, 이 코드예요.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이 코드가 사용되었는데 장금이와 그를 질투하는 금영이, 라이벌 구조죠.
그런데 이 드라마에 이제 적용을 해보면 정년이와 그의 재능을 질투하는 영서라는 라이벌 구조도 여기서 성립이 하잖아요.
이런 여러 장치들이 이 국극을 좀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 특히 이 두 여성의 라이벌 구도 말씀해 주셨는데 그렇다면 기존의 드라마와는 다르게 여성이 중점이 되는 서사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봐도 될까요?
심희철 교수 / 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먼트경영과
요즘에 새롭게 떠오르는 여성 서사도 좀 대세입니다.
우선 이제 기존에는 백마탄 왕자님이 짠하고 등장을 하죠.
그래서 위기에 빠진 여성을 멋지게 구조하는 이런 서사가 일반적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여성이 여성을 돕고 이끌어간다는 의미에서 좀 여성 서사에 새로운 공감대를 열어갔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우선 단원 전부 여성이고요, 남자 역할도 여성이 맡고 있죠.
그래서 이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이 없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여성 서사로 볼 수가 있습니다.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을 보더라도요, 그때는 여성이 직업을 얻어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도 좀 보기 힘들고 또 자신의 꿈을 실천하는 자아 실천 이런 부분도 굉장히 여성의 로망이었어요.
그런 여성의 소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여성 서사의 대표작으로 볼 수가 있고 요즘에 또 여성 간의 친밀함을 다루고 있는 워맨스 드라마 인기 있잖아요.
얼마 전에 종영한 굿 파트너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런 코드들도 여성 서사의 어떤 단면을 반영하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네요.
그런데 이 정년이의 성공 요인 중에 배우들의 연기력도 빼놓을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보시는지요?
심희철 교수 / 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먼트경영과
아 연기력 정말 압권이죠.
성공한 드라마 조건을 보면 옥토에 심긴 씨앗과 같이 원작이 굉장히 중요하고요.
두 번째는 이 작품이라는 나무를 잘 성장시킬 수 있는 연출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은 배우의 연기력을 통해서 꽃을 피우는데, 이 세 박자를 다 갖춘 작품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우선 연기력을 보면 이런 시대물 같은 경우는 연기 리얼리티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이 사투리 연기라든지 액션 연기에서 리얼리티가 떨어지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배우들이 3년 동안 중요한 판소리와 전통 연기를 굉장히 심도 있게 수련을 했습니다.
이러한 연기력이 압도적인 리얼리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서현아 앵커
국극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배우들도 3년 동안 수련을 한 것일 텐데요.
연출에서도 또 특별한 점이 있다고요?
심희철 교수 / 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먼트경영과
이번 작품에는 춘향전이라든지 자명고 같은 국극의 공연 장면을 드라마 속에 극중극 형태로 이렇게 포함해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잖아요.
이 점이 굉장히 이례적이에요.
왜냐하면 보통은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무대 장면은 현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잠깐 잠깐 보여주는 게 일반적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거의 통으로 보여주잖아요.
어떻게 보면 국극의 공연장을 안방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생생한 그 현장감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굉장히 탁월했다고 보여지고요.
사실 국극과 드라마는 연출이나 연기 모든 면에서 제작 문법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까 결이 다른 두 장르를 하나로 녹여내서 완성도를 높여서 보여줬다 이런 점에서 연출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이렇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입체적인 볼거리를 선사해줬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작품도 그렇지만 요즘 웹툰을 기반으로 한 웹툰 원작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존 드라마하고 제작 방식이 조금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심희철 교수 / 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먼트경영과
웹툰은 일단 137편의 장편입니다.
그런데 12부작 드라마로 압축을 하다 보니까 일부 캐릭터를 좀 없애거나 압축하는 이런 숙제가 있고요.
또 드라마의 영상 문법을 만드는 이런 부분이 좀 필요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웹툰은 우선 활자와 정지된 그림으로 표현을 하잖아요.
그러면 가장 중요한 판소리라든지 배우의 섬세한 연기 이런 시청각 부분은 오로지 독자들의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채워 나갔거든요.
그러니까 드라마로 제작하다 보면 그런 부분을 다 채워 나가야 되기 때문에 좀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우리가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 대부분 실망을 하잖아요.
그 이유가 내 마음속에 느꼈던 그 감성을 영화로 다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웹툰에서 보던 장면을 대부분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이런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면 웹툰 원작 드라마의 새로운 성공 공식 모델을 이번에 만들지 않았나 이렇게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라져가던 국극을 되살리고 또 시청자들에게 공연의 감동을 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콘텐츠의 힘이었을 겁니다.
앞으로도 전통과 현대 문화 융합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