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파헤치고 밭까지 훼손…제주 중산간 뒤집어 놓은 녀석들 정체는

문준영 2024. 11. 1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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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동부 중산간 지대에 있는 한 묘지.

콩밭 주인 A 씨는 "지난달 콩을 수확하려고 했는데, 소들이 콩을 먹거나 짓밟고, 곳곳에 똥을 싸버려 수확을 망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곳 인근에서 1만 5,000㎡에 달하는 메밀밭을 경작한 C 씨는 지난 7일 밭에 들어와 있는 소 떼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동부 중산간을 뒤집어 놓은 소 떼는 영주산 초지에 방목한 소들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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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영주산 인근 묘지(시청자 제공)


제주도 동부 중산간 지대에 있는 한 묘지. 무덤 곳곳이 파헤쳐져 있습니다.

무덤 뒤로 황색 물체들이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소 떼입니다.

피해를 본 곳은 묘지뿐만이 아닙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영주산 인근 묘지(시청자 제공)

서귀포시 표선면 영주산 인근에 있는 콩밭도 상황은 마찬가지.

소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풀을 뜯고 있습니다.

1만㎡에 달하는 콩밭 일부가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영주산 인근 콩밭(시청자 제공)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영주산 인근 콩밭. 사람이 다가가자 도망가는 소들(시청자 제공)

콩밭 주인 A 씨는 "지난달 콩을 수확하려고 했는데, 소들이 콩을 먹거나 짓밟고, 곳곳에 똥을 싸버려 수확을 망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인근에서 3만 6,000㎡에 달하는 월동무밭을 일구던 B 씨도 큰 피해를 봤다고 말합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영주산 인근 무밭(시청자 제공)

B 씨는 "11,000평 가운데 6000평(1만 9,000㎡) 정도를 소가 훑고 지나갔다"며 "주변에 피해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영주산 인근에서 발견된 소들(시청자 제공)

이곳 인근에서 1만 5,000㎡에 달하는 메밀밭을 경작한 C 씨는 지난 7일 밭에 들어와 있는 소 떼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C 씨는 "소를 발견해 사진부터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에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같은 신분증이 있다면, 소에게는 이른바 '귀표'가 있습니다.

축산물 이력제에 따라 모든 소는 양쪽 귀에 카드 형태의 귀표를 달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 주인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영주산 인근에서 발견된 소들(시청자 제공)

C 씨는 "서귀포시가 공유지인 영주산 초지를 누군가에게 임대했고, 여기에 방목하는 소가 탈출해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귀포시는 임대인 책임이라고 떠넘기고, 경찰도 민사로 처리해야 한다고 안내해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동부 중산간을 뒤집어 놓은 소 떼는 영주산 초지에 방목한 소들로 추정됩니다.

영주산은 해발 326m, 높이 176m인 기생 화산으로, 서귀포시는 이곳 초지 11만㎡ 상당을 2022년 D 씨에 빌려줬습니다. 방목 목적으로 사용 허가를 내준 겁니다.

서귀포시는 D 씨로부터 1년에 130만 원 상당을 받고 2026년까지 5년간 사용을 허가했지만, 계약은 최근 종료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주변 민원이 발생해 임대인이 초지 이용 계약을 지난 10월 종료해 달라고 먼저 연락이 왔다"며 "최근 현장 조사를 통해 소 주인들도 만났고, 소를 일부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귀포시는 "소의 관리 주체가 따로 있기 때문에 피해 보상은 어렵다"며 "다만 초지를 빌린 임대인과 소들의 소유주가 다른 것으로 보고, 불법 전대 여부를 확인하는 등 공유재산 관리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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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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