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트럼프 2.0 약달러? 강달러? 아니 탈(脫)달러!
“비트코인의 가격 추이를 보면 미 대통령을 미리 알 수도 있다.” 지난 경제칼럼의 마지막 대목이었다. 암호 화폐시장은 정확했다. 미국 언론들이 미 대선 역사상 최고의 초접전, 초박빙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각종 베팅사이트에선 트럼프의 당선을 확신했고, 그 선봉엔 비트코인이 있었다. 일찌감치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 랠리를 시작해 달러로는 7만 달러, 원화 1억 원을 넘겼다. 그리고 이제 트럼프 집권 2기, 트럼프 2.0시대가 확정됐다. 모두가 떨고 있다. 다들 ‘불확실성’이라고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확실성’ 때문이다. 세간에는 트럼프가 과장하고 허풍을 떨거나 말로 떠벌리는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결코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 1기를 돌아보면 그는 한다고 한 것을 모두 이뤄냈다. 최종 목표를 위해 수단을 바꾼 적은 있어도 원하는 것은 반드시 얻어냈다. 그러니까 지금 세계 경제가 두려워하는 건 트럼프가 어디로 튈지 몰라서가 아니다. 그가 해온 말들이 현실화 될 것이 무서운 것이다.
트럼프는 ‘관세(tariff)’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했다. 동맹이든 누구든 대미흑자를 기록하는 모든 국가에 10~2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제품에는 60% 관세를 매긴다고 했다. 분명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이렇게 관세를 높여버리면 정작 자국(미국) 내 물가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웬만한 물건은 메이드 인 차이나인데 여기에 60% 관세를 붙이면 힘들어하는 건 미국 소비자들이다. 가까스로 잡은 인플레이션 불씨도 다시 타오른다. 여기서 나오는 게 바로 ‘석유와 가스의 시대’이다. “베이비, 드릴(drill), 베이비.” 트럼프는 당선 직후 유전개발과 시추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을 폐지할 것이라 예고했다.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를 ‘뻔뻔한 사기’라고 말한다. 효율 좋고 값싼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되는데 왜 비싸고 성능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느냐고 반문한다. 이렇게 다시 석유의 시대로 돌아가면 에너지 가격은 대폭 하락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저물가 시대를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한다. 트럼프는 집권 동안 저금리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을 교체하겠다고 으름장 놓은 건 자신의 ‘저금리’ 의지를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다른 한 켠 트럼프는 엄청난 국채 발행을 통해 풍부한 재정으로 경기를 살리고 싶어 한다. 이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금 미국은 35조 달러, 원화로 4경 원이 넘는 빚더미에 앉아 있다. 연간 예산 중 1조 달러 이상을 이자로 지급해 방위비보다 더 많다. 이런 식이라면 미국 시중금리(채권금리)는 급등(채권가격 하락)할 수밖에 없다. 연준과 파월의장을 괴롭혀 기준금리를 통제할 수 있어도 고금리는 피할 수 없다.
‘달러정책’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는 대표적인 ‘약달러’ 신봉론자이다. 미국을 제조업의 국가로 변신시킬 것이고 수출을 증대시켜 강력한 고용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서는 약달러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직후 외환시장을 보면 알겠지만 달러는 자꾸 강해져만 가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제는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아예 ‘미국 온리(only)’ 시대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 미국 위주로 돌아가고 심지어 칩스법도 수정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도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고 하니 이건 뭐 미국만이 사는 세상이다. 당연히 ‘달러’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실은 우리가 트럼프 2.0 시대에 간과하는 게 있다. 바로 ‘마지막 트럼프’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국과 중동, 심지어 유럽연합(EU)과 일본도 호락 호락하지 않을 거란 통찰이다. 중국도 더 이상 무서울 게 없다. 어쩌면 강력한 보복정책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 이미 탄소중립 세상으로 가고 있는 EU도 트럼프를 인정할 수 없다. 태양광 풍력을 다 버리라는 말인가? 이런 흐름이 나온다면 달러는 강달러에서 약달러로, 아예 탈(脫)달러로 갈 수 있다. 그야말로 파국이다. 한국경제도 어서 빨리 우리 살길 찾아야만 한다. ‘경제동맹’이란 단어는 이제 그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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