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제트기류를 지켜라

권순철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2024. 11. 1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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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한국에서 미국 LA로 가족 여행을 가는 철수가 비행시간을 보고 의문을 가진다. 인천에서 LA로 가는 비행시간은 11시간 10분이 소요되는데, 돌아오는 비행시간은 13시간 20분이 소요돼 약 2시간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똑같은 거리를 비행하는데 왜 운행 시간이 다를까?

바로 제트기류 때문이다. 제트기류는 바다의 해류처럼 북극 지방과 중위도 지방의 온도 차에 발생하는 공기의 흐름으로 대류권 상부 또는 성층권의 하부 영역에 좁고 수평으로 흐르는 강한 공기의 흐름이다. 지상 9000~1만 m 높이에서 발생하는 제트기류는, 풍속은 보통 100~250㎞/h 정도이고 최대풍속은 500㎞/h에 이르기도 한다. 즉 제트기류가 불 때 여객기는 가급적 제트기류를 타고 비행해서 연료도 절약하고 비행시간을 줄일 수 있다.

찬 공기를 머금고 있는 제트기류는 빠른 속도로 순환하며 위쪽의 찬 공기와 아래의 뜨거운 공기를 고루 섞어주고 지구의 대기를 순환시켜 온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름철에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섞어 폭염을 줄이며, 겨울철에는 북극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를 막아 한파를 줄이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더 극한 한파와 폭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실제 중국 티베트고원 지역 내 고기압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쳐 열돔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런 극한 폭염 상황에서는 더위뿐만 아니라 더 많은 수증기를 만들어 높은 강우 강도가 발생하며, 더 강한 태풍을 만들게 한다. 만약 제트기류가 없다면, 대기층이 잘 순환하지 않아 지구의 온도가 지역적으로 너무 높거나 너무 낮아질 수 있다. 제트기류는 남쪽과 북쪽 대기의 온도 차가 클수록 강해지지만 반대로 온도 차가 작으면 제트기류가 뱀 모양처럼 구불구불 흘러가는 사행으로 흐르기 때문에 흐르는 위치에 따라 기온의 변동이 매우 심하다. 즉 사행으로 흐르는 제트기류가 찬 공기를 중위도 지역으로 이동시킬수록 그 옆 고기압을 가진 지역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더 상승하게 되는데, 이는 유럽과 시베리아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하게 했다.

요즘 우리나라는 봄과 가을이 짧고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있다. 이런 날씨 변화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제트기류의 회전력 약화와 변형 때문이다. 이른 추위 또는 봄 추위는 지속되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북쪽 한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찬 공기가 아시아 쪽으로 많이 내려와 발생한다. 제트기류 약화 현상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올라가서 북극 주변을 순환하는 제트기류의 회전력이 약해져서이다.

반대로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어 무더위가 생기는 여름 날씨 역시 제트기류 변형 때문이다. 제트기류가 남북 방향으로 불안정하게 순환하면서 중국 지역의 열풍이 우리나라로 유입돼 대기 온도가 올라가고 제트기류를 북으로 상승시키면서 대기 상·하층 모두 뜨거운 공기로 들어차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오지 못해 고기압이 형성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점점 심화돼 북극의 빙하가 다 녹아버리면 지금처럼 지구 온도 조절 기능을 수행하는 제트기류 역시 사라지게 되고, 지구의 어떤 지역에서는 온도 조절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여름 서울 노원구의 한 주말농장에서 바나나가 열렸다는 기사를 보고 한반도의 기온상승으로 인한 환경 변화가 너무 빨리 일어난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미 사과 등을 비롯한 과수 재배 한계선이 지속해서 북상 중이고 단감 귤 등 남부 지방에서 자라는 과일의 재배지는 확대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의 영향이다. 온실가스로 지구 온도 조절 기능 역할을 수행하는 제트기류가 약화되고 전 세계의 기후를 변화시킨다면,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찬 공기를 아래로 뿌려 한파가 오고 그 지역 옆의 고기압의 영향으로 폭염이 지속되어 우리나라는 혹한과 폭염만 남을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지구의 건강과 우리의 안전을 위해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경제 활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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