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최대 52시간 규제’ 허무는 반도체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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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1주 최대 52시간 노동 제도의 벽을 허무는 입법을 추진하고 나서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주 40시간제 기반의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에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해 최대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데,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노동자 가운데 소득 수준이 높은 이들한테는 이 규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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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규제 예외 적용
여당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1주 최대 52시간 노동 제도의 벽을 허무는 입법을 추진하고 나서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노동자 건강을 해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철규 의원 대표로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반도체산업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의 각종 지원책을 담으면서, 해당 산업에서 근로기준법의 주 최대 52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은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 중 근로소득 수준, 업무 수행 방법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당사자 간에 서면 합의 하면 ‘근로기준법’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고 규정한다.
주 40시간제 기반의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에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해 최대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데,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노동자 가운데 소득 수준이 높은 이들한테는 이 규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얘기다. 이는 미국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일본에서는 ‘고도 프로페셔널’이라 불리는 제도와 유사하다. 미국에선 약 10만7432달러(약 1억5천만원), 일본에선 1075만엔(약 976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특정 직종의 전문직 노동자들은 연장근로한도가 적용되지 않고, 연장근로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같은 당 고동진 의원도 지난 4일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에서 연구개발 등의 업무 종사자 근로시간 규제를 푸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이 장시간 노동 국가로 꼽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5일 낸 성명에서 “법으로 보장된 근로시간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더 늘리려는 시도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원인을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에서 찾기보단 경영진의 전략 부재와 무능을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 근로시간과 임금 문제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라며 “근로시간 관련 사회적 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의 보여주기 입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근로기준법의 예외 입법을 하기 시작하면 오랫동안 쌓인 노동법 체계를 무너뜨리고 형해화할 수 있다”며 “노동법을 뛰어넘는 부분이 동의가 될지 모르겠다. 환노위 논의 과정에서 깊이 있게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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