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24> 간돌화살촉

김유정 부산박물관 조사연구팀 학예연구사 2024. 11. 1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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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열린 파리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양궁 종목으로 쾌거를 이뤘다.

특히 간돌화살촉은 길이가 3~4㎝의 짧은 것부터 20㎝가 넘는 것까지 있다는 점이 신석기시대의 것과 다른 특징이다.

긴 간돌화살촉은 주로 무덤에서 출토되는데, 묻을 때 다른 부장품처럼 단순히 시신 옆에 얌전히 놓여 있던 것만은 아니다.

부산박물관에는 강서구 미음동 분절 고인돌 무덤 바닥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 간돌화살촉이 여러 점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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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숭배에 쓴 선사시대 돌화살촉, 함안 고인돌선 23.9㎝ 길이도 나와

올여름 열린 파리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양궁 종목으로 쾌거를 이뤘다. 어떤 누리꾼은 올림픽 양궁 종목에 대해 “전 세계 궁사가 모여 한국에 메달을 수여하는 경기”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활과 화살은 이렇게 양궁이라는 스포츠로 친숙해져 있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그 시작은 사냥 수단이었다.

부산박물관에 전시된 간돌화살촉. 부산박물관 제공


활은 나무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라 시간이 지나면 썩어 없어지므로 유물로 발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반면 화살촉은 돌과 철로 제작된 게 많아 오늘날까지 다양한 종류가 전해지고 있다. 철촉이 등장하기 전까지 선사시대에는 주로 돌로 만든 화살촉을 사용했다.

선사시대 돌화살촉은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발견된다. 떼어내기 수법과 갈아내기 수법으로 만든 것이 있는데, 갈아내기 수법으로 제작한 것을 간돌화살촉이라 한다. 청동기시대 간돌화살촉은 신석기시대의 것에 비해 그 형태가 지역별로 다양해 여러 종류로 분화된다. 특히 간돌화살촉은 길이가 3~4㎝의 짧은 것부터 20㎝가 넘는 것까지 있다는 점이 신석기시대의 것과 다른 특징이다.

길이 20㎝가 넘는 긴 화살촉은 실제로 쓰였을까. 경남 함안의 고인돌에서는 무려 23.9㎝ 길이 간돌화살촉이 출토됐다. 화살촉과 화살대의 일반적인 비율을 고려한다면, 이 화살촉에는 얼마나 긴 화살대를 연결해야 할까?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실제로 활을 쏘려면 활이 얼마나 커야 할 것이며, 설사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지더라도 보통의 사람이 쏠 수 있을까? 이러한 이유로 매우 긴 화살촉은 사냥이 아닌 의례를 위한 목적으로 특별히 제작됐다는 견해가 많은 동의를 받고 있다.

긴 간돌화살촉은 주로 무덤에서 출토되는데, 묻을 때 다른 부장품처럼 단순히 시신 옆에 얌전히 놓여 있던 것만은 아니다. 심지어 의도적으로 2, 3조각으로 부러뜨려 한 조각은 무덤바닥에 두고 한 조각은 벽석 뒤 채움 흙에 묻는 등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부장 위치가 특이한 경우도 있는데, 길이가 긴 간돌화살촉이 경남 사천 본촌리유적에서는 무덤의 뚜껑돌 사이에, 산청 매촌리유적에서는 무덤 안 벽석 사이에 끼인 채 발견됐다. 또한 진주 평거동유적에서는 무덤 영역을 표시한 공간에서 확인됐으며, 함안 오곡리유적에서는 무덤구덩이와 벽석 사이에 채운 흙 속에서 출토됐다.

이렇게 특이한 출토 양상은 죽은 자를 저승으로 보내기 위한 장송의례의 흔적으로 생각된다. 부산박물관에는 강서구 미음동 분절 고인돌 무덤 바닥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 간돌화살촉이 여러 점 전시돼 있다. 그중에는 길이 19㎝에 달하는 것도 있으니 눈여겨볼 만하다.

청동기시대 사람들에게 화살촉은 사냥을 위한 중요한 도구였을 뿐만 아니라, 무기를 숭상하는 문화에 따른 의례적 도구로 이해되기도 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이 정성스레 갈아 만든 길고 긴 간돌화살촉을 통해 청동기시대 사람의 의례와 신앙을 상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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