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암, 아이는 자폐스펙트럼…삼성전자 반도체 집단산재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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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해 18년간 일했던 유아무개(47)씨는 2022년 난소암,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유씨가 2009년 9월까지 일했던 기흥공장 반도체 3라인은 발암물질인 벤젠 등을 사용하는 위험한 곳이었다.
유씨 등의 산재 신청을 함께하고 있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강 손상 자녀 소급 신청 허용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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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해 18년간 일했던 유아무개(47)씨는 2022년 난소암,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유씨가 2009년 9월까지 일했던 기흥공장 반도체 3라인은 발암물질인 벤젠 등을 사용하는 위험한 곳이었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널리 알린 고 황유미씨가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유씨는 “현재 일하고 있는 친구도 저와 같은 대장 쪽 암이고 얼마 전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배도 있다”며 “후배 2명은 뇌종양, 림프종으로 아팠다. 우연이 아닐 수 있겠구나 의심하게 됐다”고 했다.
유씨는 난소암을 앓다 숨진 동료 노동자 유족과 함께 11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산재 신청은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자폐스펙트럼장애·경계성지능장애 등을 앓고 있는 노동자들의 자녀 3명도 함께 했다. 유씨가 2010년 출산한 아이는 2014년 자폐증, 2016년엔 자폐성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외국에선 유기용제·중금속 등 유해 물질에 노출된 노동자의 태아에게 발달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유씨는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유사한 공정에서 일한 또래 여성 중 지적장애, 자폐, 희귀 질환을 앓는 자녀가 5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녀들의 산재가 인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2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이른바 ‘태아산재법’)돼, 임신 중인 노동자가 업무 중 유해·위험 요인에 노출돼 그 자녀에게 선천성 질환이 발생하거나 숨지는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정법이 시행된 2023년 1월 기준 3년 전에 출생한 자녀로서, 3년 이내에 산재 신청하는 경우에만 법이 적용돼, 원칙적으로 2020년 1월 이전에 출생한 자녀들은 산재 신청을 할 수 없다.
유씨 등의 산재 신청을 함께하고 있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강 손상 자녀 소급 신청 허용을 주장했다. 반올림은 “학습장애·자폐 등은 태어날 때부터 알 수 있는 건강 손상이 아니”라며 “국회는 서둘러 산재보험법을 개정해 이미 발생한 건강 손상 자녀들에게도 충분한 신청 기간을 보장하라”고 밝혔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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