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얼마나 내느냐’ COP29 개막···지구촌 조별과제 성공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원 규모를 가를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11일 아제르바이잔에서 개막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의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협정 달성 여부에도 COP29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결국은 ‘돈’ 문제여서 누가, 얼마나 낼 것인지를 두고 당사국들 사이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COP29 의장으로 선출된 무흐타르 바바예프 아제르바이잔 생태·천연자원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개막식 연설에서 “(COP29)는 파리협정의 진실의 순간”이라면서 “다자 기후 시스템에 대한 우리의 노력을 시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바바예프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COP29의 핵심 안건이 될 ‘신규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합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그는 “(협상이) 복잡하고 어렵다”면서 “우리는 수조달러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달성할 방법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인 목표는 수천억달러 어딘가”라고 언급했다.
NCQG는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전환 자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2009년 COP15에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기후 대응 재원을 2020년까지 조달하기로 합의했으나, 재원 확보가 늦어져 2025년까지 재원을 확보하기로 COP21에서 재합의됐다. 이번 COP29에선 최소 금액 기준을 넘어 기후 재원 총량, 지원 범위, 재원 공여국 등 ‘누가 얼마를 낼지’를 구체화하는 게 목표다.
바바예프 의장의 말처럼 당사국들은 NCQG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은 이번 COP29에서 기후 재원 총량을 1조달러(약 1392조6000억원)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공공부문에서만 1조달러를 충당하고 민간재원으로 5조달러(약 6963조원)를 추가 설정해야 하며, 대출이 아닌 보조금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이미 기한 내 재원 조달에 실패한 경험이 감안해서 재원 규모를 정해야 하며, 급성장한 중국을 기후재원 기여국으로 설정해야만 충당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이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와 가스가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유국이다. 화석연료 생산에 기대는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바바예프 의장 역시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 소카르(SOCAR)에서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한국도 김완섭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대표단을 아제르바이잔에 파견했다. 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결성 당시 선진국인 ‘부속서Ⅱ’ 국가에 포함되지 않아 기후재원을 공여할 의무가 없다. 1997년 교토 의정서에서도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감축 의무를 지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 성장으로 인한 탄소 배출 증가,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재정립,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판결 등 국내외 상황의 변화로 한국 역시 자발적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이 이번 COP29에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할지도 주목된다. COP21 합의 사항에 따라 각국 정부는 5년마다 NDC를 UNFCC 사무국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 기한은 2025년 2월이지만 직전 개최국인 UAE와 브라질은 COP29 개막 전 NDC를 제출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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