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FC 재판 직무 대리 검사 퇴정 명령에 검찰 반발…“국정농단 사건 때도 같은 방식, 전혀 문제 없다”
성남에프시(FC) 의혹 사건 재판에서 공소를 지휘하는 주임검사가 재판부 명령으로 퇴정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재판부는 관할 검찰청이 아닌 타청 소속검사가 ‘1일 직무 대리’ 형태로 재판에 참석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검찰은 별도의 입장을 내고 “전혀 문제가 없다”며 반발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검찰은 퇴정명령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는 한편 형사소송법에 따라 기피신청을 했다”라면서 “향후 재판 절차에서 재판부 결정의 부당함을 상세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직무대리 검사의 공판 관여는)검사인사규정 15조, 검찰근무규칙 제4조에 근거한 것으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에 수십 년간 정착된 제도”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을 예로 들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수사검사의 직무대리발령을 통한 공판업무 수행은 검찰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소위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복잡해 수사검사가 직접 공소유지 해야 할 중요 사건에서 수십 년간 정착됐다”면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이재명 등의 위례·대장동·성남FC 재판 및 수원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이화영 재판에서도 변호인은 같은 주장을 했으나 배척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판부는 1일 직무대리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나 사건 수사를 통해 실체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는 검사가 공소유지를 위한 업무수행은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것”이라며 “소홀한 공소유지로 무죄가 선고되는 것이 국민 기본권에 더 큰 침해”라고 주장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 1부(부장판사 허용구) 심리로 이날 열린 두산건설·네이버 전직 임직원,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FC 대표 등의 뇌물공여·뇌물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재판장은 이 사건 주임검사인 A 검사에게 퇴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관할이 아닌 다른 검찰청 소속검사가 이 사건 공판때마다 직무대리 명령을 받아 법정에 오고 있는데, 이는 검찰청법 5조와 검찰근무 규칙 제4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스스로 수정하기를 요청하였음에도 시정 조처하지 않았고, 시정할 의지도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 후에 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5개 사건 공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검찰근무규칙 제4조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은 관행이라는데 관행이 불법이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청법 제5조는 ‘검사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한다. 다만, 수사에 필요할 때는 관할구역이 아닌 곳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검찰근무 규칙 제4조에서 정한 직무대리 발령은 직무수행상 필요하고 또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그 관할에 속하는 검찰청의 검사 상호간’에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중 직무대리 발령이 법률상 가능하다고 해도 그 요건은 엄격히 해석해 적용해야 한다”면서 “검찰 주장대로 이 사건 증거량이 방대하고 사안이 복잡하다면 오히려 장기간 이를 다룰 검사가 필요할텐데 1일 직무대리 발령은 편법으로 보여 매우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퇴정 명령에 A 검사는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이며, 공소 진행을 방해하는 자의적 해석이 명백하다”면서 “즉각 이의신청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도 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나머지 공판 참여 검사들과 함께 집단 퇴정했다.
재판부가 휴정한 뒤 공판을 속행했으나 검찰은 “A 검사에게 공판에서 손을 떼라는 것은 이 사건 입증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모두 퇴정했다. 검찰 측이 모두 퇴정하면서 이날 공판은 50여분 만에 끝났다. 열린 두산건설·네이버 전직 임직원,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FC 대표 등의 뇌물공여·뇌물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재판장은 이 사건 주임검사인 A 검사에게 퇴정을 명령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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