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 규제특례 발굴해 투자 유인…금융도시 도약 발판
- 문현금융단지~북항재개발 부지
- 75만976㎡ 기회발전특구 지정
- 디지털·투자·파생금융 키워드로
- 앵커기업 중심 금융생태계 조성
- 금융도시 인지도 높이기 최우선
- 정부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바탕
- 기업에 꼭 필요한 특례 설계해야
부산의 미래 먹거리로 ‘금융’을 주목하지만 정작 ‘금융 산업’의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2009년 금융중심지 지정 이후 금융공기업 이전, 문현금융단지 조성 등 갖은 노력이 무색하게 금융산업은 여전히 돈과 사람이 모이는 서울 중심으로 움직인다.
지난 6월 금융 기회발전특구 지정은 이러한 답보를 벗어나 ‘금융업 하기 좋은 도시’를 구현할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구 신청 과정에서만 29개 기업이 부산에 투자 의향을 밝혔고, 그 금액은 1조 원을 뛰어넘었다. ‘규제산업’으로 불리는 금융업에서 정부가 지원하게 될 ‘규제특례’엔 특히 거는 기대가 크다. 부산이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환경은 갖춰진 셈이다. 지역은 규제특례를 발굴하고 속도감 있는 산업 공간 조성, 글로벌 인지도 제고 등의 노력으로 세계적 금융도시로 도약을 도모해야 할 때다.
▮특구 키워드는 디지털·투자·파생
1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기회발전특구는 문현금융단지 일부와 북항 재개발 2단계 지역을 아우르는 총 75만976㎡에 지정됐다. 문현금융단지가 협소한 데다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북항재개발 2단계까지 땅을 넓혔다. 기회발전특구의 핵심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 유치다. 부산 기회발전특구는 ‘디지털’ ‘성장투자’ ‘파생금융’을 키워드로 앵커기업 중심의 금융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앵커기업으로는 BNK자산운용 코스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등 3곳이 나선다. 먼저 BNK자산운용은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한다. 지역 금융사인 BNK금융그룹이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 계열사 이전을 결심했다. 그동안 부산에는 변변한 자산운용사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던 터다. BNK자산운용은 2030년까지 3조8000억 원의 펀드를 조성하고, 이 가운데 10%인 3800억 원을 지역 인프라와 우수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BNK자산운용은 내년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3단계가 완공되면 이곳에 둥지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
‘파생금융중심지’ 꿈에도 한 발짝 다가선다. 한국거래소(KRX) 자회사인 증권 전산 전문업체 코스콤은 부산파생공동센터(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금융데이터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내년 2분기 파생상품 야간시장이 개장하면 거래가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코스콤은 2031년까지 2300억 원을 투자해 현재 부산에서 운영하는 파생공동센터 규모를 키우고 연구개발(R&D)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여기에 다음 달 BIFC 63층 글로벌 금융클러스터(D-Space BIFC)에 입주하는 엔티코리아㈜는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글로벌 큰손 투자자를 한국 시장으로 끌어들일 전망이다. 엔티코리아는 미국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 기업인 닌자트레이더그룹(NinjaTrader Group)의 아시아 첫 해외법인이다. 부산시는 파생시장이 커지면 서울에 모여있는 증권사도 부산에 올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대체거래소가 서울 본사를 고집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데이터센터 서버와의 근접성이었기 때문이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지난달 공식 브랜드명 ‘비단(BDAN)’의 정식 출범식을 열었다. 이로써 부산도 금융 거래소를 하나 갖게 됐다. 운영 사업자는 부산BDX컨소시엄이며, 지난 2월 부산시로부터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운영 사업자로 지정됐다. 이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원자재 귀금속 지식재산권 등 가치 있는 모든 자산을 토큰화해서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낸다. 2030년까지 1009억 원을 투자해 606명의 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며, 연말 또는 1월 2일 개장이 목표다.
앵커기업 외에도 제4 인터넷은행 진출을 노리는 더존비즈온과 세종텔레콤, BNK벤처투자도 투자 계획을 밝혔다. 시는 앵커기업을 필두로 한 29개 기업이 특구에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하고 2조 7000억 원 규모의 부가가치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 규제특례 발굴·지원
특구 사업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는 크게 ▷세제지원 ▷재정금융지원 ▷규제특례 ▷정주여건개선 등이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세제지원을 보면, 먼저 창업기업 및 신설 사업장의 소득 법인세는 5년간 100% 면제해 준다. 이후 2년 동안은 50%가 감면된다. 또한 수도권 기업이 부동산을 처분하고 특구 지역으로 이전하면 양도 차익에 따른 소득·법인세 과세는 특구 내 부동산 처분 때까지 미뤄진다. 특구로 기업 이전 또는 창업할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5년)도 100% 면제한다.
시 차원의 인센티브도 있다. 시는 대규모 투자기업에 투자유치보조금을 최대 330억 원 지원하고,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국민주택과 민영주택 건설량의 10%를 주택특별공급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전세자금 대출(금리)도 지원한다. 또한 취득세와 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을 위한 지자체 차원의 조례 개정도 진행한다.
기회발전특구 가운데 유일한 서비스 업종인 ‘금융 기회발전특구’ 부산에서는 규제특례에 주목한다. 세제지원이 기업의 비용 절감 효과는 있지만, 시장 개척의 큰 유인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규제를 해제하고 새로운 금융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관건은 기업에 꼭 필요한 규제특례를 발굴하고 홍보하는 데 있다. 규제특례는 지자체가 직접 특례를 설계해서 신청하면, 지방시대위원회가 심의·의결 후 해당규제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게 된다. 근거가 되는 지역균형투자촉진법은 내년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본다. 부산시 김효경 금융블록체인 담당관은 “기업이 원하는 규제특례를 지원하는 한편 우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별도 법률자문단을 꾸리고 부산시 차원의 특례 발굴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항 2단계 신속 추진·인지도 제고
문현금융단지와 함께 새로운 금융 성장축으로 삼은 북항재개발 2단계의 신속한 추진도 주요 과제다. 투자 의향을 밝힌 금융기관·기업이 부산에 빨리 자리 잡으려면 물리적 공간 확보가 필요해서다. 앞서 문현금융단지는 단계별 개발(1, 2단계 완공, 3단계 개발 중)을 통해 이전 금융 공공기관과 민간 금융사 등을 집적하고, 핀테크·블록체인 허브 공간을 조성해 디지털 금융기업을 유치해 왔다.
포화 상태에 이른 문현금융단지를 연결할 북항 재개발 일원에는 공공기관 2차 이전까지 염두에 두고 금융 관련 백오피스와 디지털금융 관련기관까지 모으는 청사진을 그린다. 여기에 더해 해양도시 부산에 걸맞은 해양 관련 기관·기업을 집적해 해양신산업클러스터로 조성하고, 이와 연계한 5개 금융클러스터(디지털·정책·해양·글로벌·금융R&D)로 조성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금융도시 부산의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도 중요하다. 해외투자자는 아시아의 관문 도시로 홍콩 싱가포르 도쿄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실제 이들 도시에 해외금융기관의 현지법인과 지사가 설립하는 경향이 있다. 해외금융기관과 투자 유치를 위해선 부산을 아시아의 주요 금융중심지로 알려야 한다. 지난 9월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측정하는 대표 지수인 글로벌 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부산은 전체 25위, 아시아 도시 가운데선 9위를 차지해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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