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회견 후 당정일체·특검 방어 택한 한동훈, ‘국민 눈높이’ 퇴색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쇄신’으로 평가하면서 당정일체 모드로 전환했다. ‘국민 눈높이’를 말하면서도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 특별감찰관 추천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밀착하면서 여권이 쇄신 기회를 놓치고 공멸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정 합동으로 연 윤석열 정부 전반기 국정성과 토론회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변화와 쇄신을 말했다”며 “정부와 함께 변화와 쇄신, 남은 2년 반 승리의 길로 나아가자”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밝힌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에 “민주당의 말 뿐”이라며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 회견 후 당정일체, 특검 방어를 핵심 기조로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 행보에는 윤 대통령이 자신이 밝힌 쇄신 기준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규정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뜻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한 대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맹탕’ 회견이었다는 대체적인 평가와 차이가 있다. 한 대표가 요구한 ‘의혹 사항들에 대한 설명 및 해소’는 두루뭉술한 사과, 전면적 의혹 부인에 그쳤다. 김건희 여사 라인 인적쇄신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대외활동 중단 요구에는 “(이미) 사실상 중단”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원칙적 수용 의사를 밝힌 특별감찰관은 예방 효과가 있을 뿐 현재 불거진 의혹 규명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한 대표가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는 특별감찰관이라는 대책으로 대통령과 타협하면서 특검 방어에 ‘한 몸’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표가 그간 강조한 ‘국민 눈높이’라는 구호는 무색해졌다. 한 대표는 앞서 “문제를 회피하고 방치하기 위해 뭉치고 단결하면 안 된다. 그렇게 보여서도 안된다”(지난달 25일)고 했지만, 회견 뒤 빠르게 당정일체로 선회하면서 ‘문제 회피’를 위해 단결하는 모습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심 수용을 들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차별화에 나섰던 행보의 정당성에는 물음표가 붙게 됐다. ‘국민 눈높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평가도 있다.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특검 수용에 절대 과반수가 찬성을 하는 게 초등학생도 아는 국민 눈높이”라며 “한 대표가 당내 강성층 지지를 받아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 전략의 미사여구로 ‘국민 눈높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국정 위기가 심화한 상황에서 당정 갈등이 지속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강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에서 여권이 쇄신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건 진상 규명이다. 집권당 대표면 대통령이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을 때 문제제기를 해야 하고,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자신의 위치도 정립할 수 있다”며 “그냥 대통령을 쫓아가는 것은 공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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