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 선배님은 신인 때부터…" 412억 역대급 FA 광풍, '이적' '잔류'에 엇갈린 국대들의 희비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민경 기자] "당연히 아쉽죠. 예상외의 일이었고 생각을 못 했는데."
'2024 프리미어12'에 출전하는 한국야구대표팀은 지난 8일부터 1라운드 조별리그가 열리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8명은 이번 대회에서 슈퍼라운드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한국에서 연일 터지는 FA 계약 소식에 관심을 끄려 해도 끌 수가 없다. 역대급 FA 광풍이 불면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팀을 이적하는 선수들도 많아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진 않았는지 KBO리그 소식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11일 오후까지 터진 FA 계약은 모두 8건으로 총액이 412억원에 이른다. 우규민이 원소속팀 kt 위즈와 2년 7억원에 계약하며 신호탄을 쐈고, 최정은 원소속팀 SSG 랜더스와 4년 110억원에 사인하며 누적 FA 총액 302억원으로 신기록을 썼다.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과 구승민은 10일 나란히 원소속팀 잔류를 선택하고 각각 4년 54억원, 2+2년 21억원에 합의했다.
이적 사례도 절반에 이른다. 심우준과 엄상백은 나란히 kt에서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면서 각각 4년 50억원, 4년 78억원에 계약하며 새로운 도전을 알렸다. 베테랑 내야수 허경민은 두산 베어스와 3년 20억원 계약과 원클럽맨의 길을 포기하고 시장에 나와 kt와 4년 40억원에 도장을 찍고 이적을 택했다. 불펜 투수 장현식은 KIA 타이거즈에서 LG 트윈스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52억원에 사인했다.
이적 사례 가운데 허경민이 안긴 충격기 가장 클 법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16년 동안 두산 원클럽맨의 길을 걷다 유니폼을 바꿔 입었기 때문.
두산 마무리투수 김택연은 허경민의 이적과 관련해 "당연히 예상외의 일이었다. 생각을 못 했는데, 이유가 다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쉽고, 경민 선배님께서 팀에서도 많은 기여를 했고, 잘해 주셨기 때문에 많이 아쉬운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나는 1년밖에 같이 안 했는데, (정)수빈 선배님은 거의 신인 때부터 같이 있었고 다른 선배들도 몇 년 동안 같이 했으니까. 만약에 내가 그런 상황이 된다면 진짜 너무 아쉬울 것 같다. 다른 팀에 가서도 당연히 잘하실 것이다. 연락을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kt 선수들은 원년부터 함께한 정든 동료인 심우준과 엄상백을 보내는 동시에 허경민을 새로운 동료로 맞이하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kt 투수 고영표는 "오래 지내왔던 동료들을 떠나보내니까 조금 싱숭생숭하다. 같이 잘 지내던 동생들인데, (심)우준이는 입단 동기고 (엄)상백이는 또 투수 파트에서 훈련을 같이 많이 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상백이랑은 대표팀 와서도 훈련을 했고, 대만에 온 날인 어제(8일)도 통화했다. 지금 잘될 것이지 않나. 사실 좋은 평가를 받고 간 것이니까 축하한다고 했고, 가서 잘하라고 했다. 상백이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조금 힘든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응원했다.
kt 투수 소형준은 "일단 좋은 대우를 받고 간 것이기 때문에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또 누군가 가면 또 누군가가 오고, 그렇게 해야 더 좋은 팀이 되고 강팀으로 갈 수 있다. 나도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게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아쉽긴 하다. 일단 우준이 형은 내가 데뷔하고 나서 우준이 형이 유격수 자리에 없을 때 던져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많이 아쉽고, 상백이 형도 같이 의지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는데 형기 가게 돼서 그 점이 아쉬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경민을 새로 맞이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고영표는 "다른 팀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수비도 잘하고, 타격도 유능한 선배가 왔으니까. 또 든든하게 뒤에서 받쳐줄 내야수 선배가 와서 좋다. 어렸을 때부터 광주에서 야구를 같이 하면서 쭉 봐온 선배다. 이렇게 한 팀에서 뒤게 되어서 너무 즐거운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고 했고, 소형준은 "내가 던질 때 두산에서 그래도 가장 까다로운 타자 가운데 한 명이라서 같은 팀이 돼서 조금 든든한 것 같다. 공격적인 면에서 수비적인 면에서 내가 던질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롯데 선수들은 김원중과 구승민의 잔류 소식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 외야수 윤동희는 "일단 너무 축하드리고, 원중이 형 (계약) 기사를 먼저 봤는데, 또 (훈련) 끝나고 보니까 승민이 형까지 계약했다고 나왔더라. 좋은 형들이고, 또 어떻게 보면 우리 팀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팀적으로도 정말 좋은 것 같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이어 "나도 올해 원중이 형이나 승민이 형한테 많이 의지를 했다. 그래서 그 형들하고 계속 야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 좋고, 내년에 준비할 때도 많이 설렐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롯데 내야수 나승엽 역시 "기분이 좋았다. 다 우리한테 필요한 형들이니까. 일단 축하드리고 감사하고 또 아까 연락하려 했는데, 버스에서 경기장으로 오는 길이라 연락을 못 드렸다. 연락을 드리려 한다"며 반겼다.
한편 한국은 11일 하루 휴식을 취하고 12일 타이베이돔에서 첫 적응 훈련을 진행한다. 그리고 13일 대만과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첫 경기로 대회를 시작한다.
한국은 B조 6개국 가운데 상위 2위 안에 들면 도쿄돔에서 열릴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은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4연전을 치른 뒤 하루를 쉬고 18일 호주와 오프닝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오프닝라운드 성적에 따라 19일 이동일의 행선지가 바뀐다.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면 일본행, 탈락하면 한국행이다. 한국을 포함한 프리미어12 경기는 SPOTV PRIME에서 시청할 수 있다.
▶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 대만 일정(한국시간)
12일 훈련 및 공식 기자회견
13일 오후 7시 30분 대만전(원정)
14일 오후 7시 쿠바전(홈)
15일 오후 7시 일본전(원정)
16일 오후 7시 30분 도미니카공화국전(홈)
17일 휴식일
18일 오후 1시 호주전(홈)
19일 이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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