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히든캠' 사용… 불법 영상물 4,600개 만든 30대

강원경찰청, 30대 남성 붙잡아 조사
"특수 개조 휴대폰 사용 장기간 촬영
학원생 등 4,600개 넘는 영상 제작"

중고교 학원생과 성인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어 4,800여 개 불법 영상물을 제작하는데 사용된 특수 개조 휴대전화. 강원경찰청 제공

특수 제작한 휴대전화로 성인 여성과 중고생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불법 영상물 4,600여 개를 제작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경찰청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30대 A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강원도 내 보습학원 직원인 A씨는 2020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한 히든폰과 스마트워치 어플리리케이선을 이용해 자신이 근무하던 학원생 17명의 신체를 141회 촬영해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파일 1,810개를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사용한 휴대전화는 셔터음이 나오지 않는 해외 발매 기종 이어폰 단자에 카메라를 삽입하고, 이를 메인보드에 연결해 은밀히 촬영 가능하도록 개조한 것이었다. 국내에서 이같은 수법으로 범행하다 적발된 것은 처음이란 게 경찰의 설명이다.

A씨의 불법 촬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기간 A씨는 카페와 독서실, 편의점, 헬스장 등지에서 성인 여성의 신체를 모두 261차례 몰래 찍어 2,843개 영상물을 별도 저장매체에 소지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학원과 카페 등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상권 관계자로부터 '휴대전화로 수상한 짓을 하는 남성이 자주 나타난다'는 제보를 받아 수개월간 A씨를 추적했다. 폐쇄회로(CC)TV와 통신, 금융자료 분석을 위해 여러 차례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은 3개월 만에 A씨를 붙잡았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와 연계해 영상을 삭제, 차단하는 등 2차 피해를 막았다.

경찰은 "불법 촬영이 오랜 기간 지속됐고, 밝혀진 피해자가 수백 명에 달하는 만큼, 아직 드러나지 않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