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세수추계의 한계와 안정적 재정운용
세수추계 오차는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재정운용상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작년과 올해처럼 세입 과다추계로 당초 예상치 못했던 세수결손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보전하기 위한 대규모 세출감액 등은 재정수지의 불안정으로 나타나 재정정책의 거시경제 안정화를 저해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재정당국이 세수보전을 위해 긴급히 세출감액을 집행하면서 예산집행의 미시적 효율성이 저해될 위험이 있으며, 재정집행 당국의 재량을 과도한 수준으로 증가시킬 위험도 있다. 한편 2021년과 2022년 같은 과소추계 오류로 인한 초과세수는 재정지출 확대로 이어짐에 따라 재정지출의 비대화와 재정수지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이러한 경향성은 재정지출이 경기 동행적(pro-cyclical)으로 운영되는 결과로 이어짐에 따라 재정의 경기대응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연 지난 4년간 세수오차는 어느 정도였을까. 2021년 61조3000억원 초과, 2022년 52조6000억원 초과, 2023년 56조4000억원 결손, 올해도 29조6000억원 결손을 예상하고 있다. 본예산 대비 오차율로 보면 2000년대 4.0%, 2010년대 4.8%에 그치던 것이 지난 4년간 매해 17.9%, 13.3%, -14.1%, -8.8%로 4년 연속 이어지는 세수추계 오차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대규모 세수오차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는 국제교역 추이의 예측 한계,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경기예측 오류, 부동산 거래 등에서의 예측 미스를 꼽는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경기순환 국면이 급격하게 전환되는 시점에 세수오차가 크게 발생할 수 있고 경기후행성이 강한 법인세, 거시지표로 예측하기 어려운 자산관련 세수가 총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으며 이들 세목의 세수 증감률이 전체 국세 증감률을 주도하면서 전반적 오차율이 커지는 것으로 진단한다.
대안을 생각해 보자. 국정감사를 통해 여당의 한 의원은 현재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로 돼 있는 예산안 제출기한을 2014년 이전처럼 90일 전까지로 한 달을 조정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물론 이렇게 하면 민간기업의 3분기 실적, 국내총생산 실적, 8월 말 법인세 중간예납 결과, 증권가의 기업실적 연간 전망 조정치 등을 세수추계에 반영할 수 있어 전체 오차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예산안 제출시기를 앞당긴 취지가 국회에 충분한 예산심의 시간을 줘 헌법이 정한 예산안 법정 처리기한을 준수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채택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일부 국가에서 활용하는 완충기금, 미국 주정부가 운용하고 있는 불황대비 기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캐나다처럼 가장 비관적인 전망 시나리오에 따라 예비비를 편성하고, 동 예비비가 불용되면 부채상환에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가 제안한 대로 민관합동세수추계위원회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추계모형을 각 세목별, 세부구성 요소별로 정치화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서 민관합동세수추계위원회를 전향적으로 발전시켜 독립재정위원회로 운용해 정부의 정책의지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세입전망을 보호하는 방안도 생각해봄 직하다. 국회에도 거시총량을 전문적으로 논의하는 상임위원회를 두어 안정적인 거시재정운용에 머리를 맞대는 것이 중요하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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