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트럼프 리스크의 본질은 `동맹 유기`

2024. 11. 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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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지난 5일 치러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흔히 '트럼프 공포증'의 원인을 대중영합적이며 반자유주의적(Illiberal)인 그의 스트롱맨(Strongman) 리더십에서 찾는다.

그러나 '트럼프의 소환'을 선택한 과반수 미국 시민들을 자칫 증오 선동과 거짓 음모론에 굴복한 우중(愚衆)으로 폄훼한다면 이는 오만과 편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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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하 K정책플랫폼 국제관계 연구위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가 돌아왔다. 지난 5일 치러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초박빙을 예상하던 이들의 다분히 희망(?)이 섞인 전망을 무색하게 만드는 압승이었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백악관을 넘어 의회의 상하 양원까지 석권했다.

정치적 반대세력은 물론이고 많은 우방국 지도자들도 재발한 '트럼프 공포증'(Trumphobia)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흔히 '트럼프 공포증'의 원인을 대중영합적이며 반자유주의적(Illiberal)인 그의 스트롱맨(Strongman) 리더십에서 찾는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나 전통에 대한 존중은 없다. 분열과 갈등을 불사하는 거친 수사, 관례를 무시하는 멋대로 정치, 예측 불가한 광인 전략(Madman Strategy), 필요에 따라 동맹국들과 동지들도 주저 없이 겁박하고 적과는 서슴없이 거래하는 행보….

그의 변칙적인 통치 스타일은 우리가 알던 표준과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소환'을 선택한 과반수 미국 시민들을 자칫 증오 선동과 거짓 음모론에 굴복한 우중(愚衆)으로 폄훼한다면 이는 오만과 편견일 것이다.

문득 트럼프의 통치 스타일에서 르네상스 시대 현실주의 정치인들의 음영이 떠오른다. 중세 도덕정치 패러다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국가 이익과 개인의 야망 성취 욕구를 적나라하게 분출하던 마키아벨리의 아이들 말이다. 근대 문턱에서 혼돈의 대전환 시대를 온몸으로 구현한 살아있는 표상들이었다.

'트럼프 공포증'의 실체는 트럼프 개인이 아니다. '트럼프 공포증'의 근저에는 공기와 물처럼 당연하게 여겨온 옛 질서의 동요와 더불어 안개에 휩싸인 채 도착한 새로운 시대에 대한 우리의 근원적 불안이 깔려있다.

트럼피즘의 재림은 위기 시대로의 진입을 알리는 그리 상쾌하게 들리지만은 않는 여명의 기상나팔 소리이다. 대한민국이 태어나고 70년 넘게 번영의 터전을 일궈온 바로 그 '국제자유주의 질서의 해체' 조짐이 트럼피즘의 개선(凱旋)으로 선명히 드러났다.

중국·러시아·이란·북한으로 구성된 '크린크'(CRINK)는 서로 단결을 공고히 하며 서방 민주주의 진영에 대한 현상 변경 도전을 거세게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 때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출생지이자 최후 보루인 워싱턴 D.C.에서조차 구질서의 종언을 고하는 조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부작용을 감내해가며 막대한 유지 비용을 부담해 오던 미국의 보통 시민들이 그만 탈진해버린 것이다. 이들이 바로 트럼프 매가(MAGA) 승리 연합의 주력이다.

이들의 불만과 요구가 현실정치에 더 크게, 더 많이 투영될수록 자유주의적 국제주의(Liberal Internationalism)를 대체하며 민족 보수주의(National Conservatism)는 더욱 기세등등해질 것이다. 자유무역과 호혜로운 상호의존의 벨 에포크(Belle Epoque)는 근린 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ur Policy)과 관세 민족주의의 거센 조류에 점차 잊혀 갈 것이 분명하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미국에 의한 평화(Pax Americana)를 물리적으로 떠받쳐 온 글로벌 동맹체제가 강대국 정치와 지정학적 거래로 쇠약해져 갈 것이다. 한국이 직면할 수 있는 소위 트럼프 리스크의 실체는 결국 동맹 유기(Alliance Abandonment) 위험이다.

국제정치 지각판의 거대 변동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 전략의 면밀한 재점검과 근본적 재건축이 요구된다. 우선 들이닥친 소낙비를 피하며 응급조치로 시간을 벌어야 한다. 트럼프 당선자의 나르시시즘 짙은 가부장적 리더십을 오히려 메가 허리케인을 잠시 피해갈 피난처를 제공하는 태풍의 눈으로 재인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빅 보스의 광폭 정치에 닻을 내리고 그곳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줄 돌파구를 찾아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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