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기업 부르는 美, 내쫓는 韓

장우진 2024. 11. 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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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본부로서 가장 선호하는 두 번째 국가로 3년 연속 꼽혔다. 하지만 40% 이상 응답자가 '전례 없는 규제 개혁'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이사가 지난 4월 열린 '2024 국내 기업환경 세미나'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비즈니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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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산업부 재계팀장

"한국은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본부로서 가장 선호하는 두 번째 국가로 3년 연속 꼽혔다. 하지만 40% 이상 응답자가 '전례 없는 규제 개혁'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이사가 지난 4월 열린 '2024 국내 기업환경 세미나'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비즈니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말이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발표를 들었는데 "아태지역본부 유치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외투기업 유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과도한 노동규제, 세금 집행의 예측 불확실성,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등이 거론됐다. 불과 몇년전 한 외국계 기업 대표가 노동법 위반으로 출국정지를 당하기도 했으니 걱정이 될 만하다.

이날 세미나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러한 요청에 "기업친화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 기업인들이 더 열심히,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 규제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굵직한 외투기업 유치는 커녕,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러한 기류가 더 빨리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2기 정부가 관세 인상 등 극도의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거의 '올인'(All-in)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전처럼 '보조금 혜택' 기대감이 아닌, 현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와서 반도체 공장을 무료로 지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제는 현실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여기에 미국은 이미 국내보다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이 덜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법인세율을 현 21%에서 15%까지 낮추고 상속·증여세 면세 한도도 높이겠다고 밝혀 자국 투자 유인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그리고 고액 자산가 입장에서는 어느 하나 미국으로 넘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반면 국내 시장은 먹구름 투성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개정 등에 있어 경제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가운데 이제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법이 화두에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일반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피해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등장했지만, 재계에서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은 고사하고 기업의 미래를 발목 잡는 족쇄라며 강한 반대를 하고 있다.

현재 재계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주 충실 의무'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연내 추진하기로 하면서 초비상이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소액주주들의 소송 남발뿐 아니라, 행동주의 펀드들이 '충실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경영권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속도와 보안이 생명인 인수합병(M&A) 등의 대규모 투자마저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상법 개정안 역시 현재 경제 논리보다 여야간 정치 논리에 초점이 맞춰진 게 현실이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는 중국 견제와 함께 무역적자 축소, 제조업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자국 기업마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닌데,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고 해외지역본부를 유치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 정권 교체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중요한 시기지만, 그에 앞서 탄탄한 국내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고민이 먼저 필요한 때다.

장우진 산업부 재계팀장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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