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美유권자들의 변심, 고소득자는 민주·저소득자는 공화

박영서 2024. 11. 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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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 하워드대에서 열린 해리스의 대선 결과 승복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소득이 적은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쏠리고, 고소득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찍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던 저소득 노동자층이 이탈하면서 민주당이 중대한 정체성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가난한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모여들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출구조사 결과를 자체 분석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FT에 따르면 4년 전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연간 5만 달러(약 7000만원) 이하를 버는 가구나 저소득층의 과반이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뽑았습니다. 반대로 연간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 이상을 버는 유권자들의 경우 과반이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FT가 제시한 표를 보면 소득 상위 3분의 1구간 유권자 사이에서 민주당이 20%포인트 넘게 밀리다가 2010년 정도를 기점으로 꾸준히 격차를 좁히기 시작해 2020년 대선 즈음부터는 민주당이 더 많은 지지를 얻는 추세가 나타났습니다. 소득 하위 3분의 1구간 유권자 사이에서는 민주당 지지세가 줄어들다가 양당의 편차가 거의 없는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중간 구간 유권자까지 합쳐서 보면 소득 상위 3분의 1구간에서만 민주당의 지지가 더 큰 셈입니다.

FT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이 소득 상위 3분의 1구간의 유권자에게서 소득이 더 적은 구간의 유권자에게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0개 주를 대상으로 한 NBC방송의 출구조사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없는 유권자 중 거의 3분의 2가 트럼프 당선인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FT는 "분석 결과를 보면 소득이 적고 교육을 덜 받은 유권자들이 이제 공화당이 더 자신들을 잘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12년 전과 비교하면 역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FT는 라틴계와 비백인 유권자들도 트럼프 당선인 쪽으로 상당히 기울었다면서 미국에서 라틴계 인구가 가장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필라델피아처럼 진보세가 뚜렷한 지역의 히스패닉 밀집 지역마저도 승리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돌아갔더라도 트럼프 당선인 지지로 이동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죠. 히스패닉 인구가 96% 이상을 차지하는 멕시코와의 국경 지역 텍사스주 스타카운티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으로의 이동이 뚜렷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민주당에 전면적 정체성 위기를 불러왔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적했습니다. 폴리티코는 당직자 등 민주당 관계자 16명을 인터뷰해 당내 중도파와 진보파 모두에게서 당 정체성의 핵심이었던 노동자층과의 소통이 중단됐다는 공통의 진단을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민주당 진보코커스 의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민주당은 재건돼야 한다"면서 "우리가 노동자들을 버렸든 그들이 우리를 버렸든 복합적 결과든 우리는 엘리트의 당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진보의 아이콘'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 역시 앞서 "노동자들을 버린 민주당이 노동자들에게 버림받은 것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폴리티코는 대통령 재임 시절의 탄핵 위기와 의회 난입 사태, 중범죄 기소 등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을 비교적 쉽게 탈환하면서 민주당에는 이제 당 이미지가 훼손된 정도가 아니라 부서져 버렸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미 상원의원 선거에서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42·민주)이 민주당 대선 패배의 원인을 짚고 해결책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그는 유권자들로부터 기성 정치인과 현 상황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느꼈다면서 "민주당이 오만을 버려야 신뢰를 회복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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