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임기단축 개헌, 무엇이 문제인가

2024. 11. 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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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이 참가한 주말 장외집회를 통해 임기단축 개헌 요구가 다시 강조되었다.

그러나 임기단축 개헌을 통해 재임 중의 대통령을 조기 퇴진시키는 것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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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이 참가한 주말 장외집회를 통해 임기단축 개헌 요구가 다시 강조되었다. 탄핵보다는 임기를 단축해서 조기에 대통령을 교체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런가?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문구만 보면, 임기연장과 달리 임기단축 개헌은 윤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기단축 개헌을 통해 재임 중의 대통령을 조기 퇴진시키는 것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1980년 헌법에서 이 조항이 처음 도입된 것은 장기집권 및 독재화를 막기 위한 것이었고, 임기단축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임기연장과 중임변경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오늘의 진영갈등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임기연장에 못지않게 임기단축도 법적·정치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다수 야당의 압력에 의해 재임 중인 대통령의 임기를 일회적으로 단축하기 위한 개헌이란 헌법개정의 본질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속성과 안정성이 핵심인 헌법을 건드려서 대통령의 임기를 바꾸는 것보다는 하야 또는 탄핵이 오히려 헌법의 본질에 맞는 해결일 것이다.

둘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후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에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2017년의 국회 개헌특위와 2018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이 모두 소임을 다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이 정말 더 시급한 것일까? 지난 37년 동안 축적된 개헌 필요사항들이 막중한데, 그 모두를 외면하고 임기단축을 앞세우는 것이 올바른 개헌일까?

셋째,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5년 임기의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런데 지금 이를 단축하는 개헌이 국민의 뜻에 맞는 것일까? 개헌을 확정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것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신임투표에 의해 중간에 물러날 수 있다고 한 것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넷째, 임기단축 개헌을 추진하면 정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안 그래도 극단적인 진영갈등 상황에서 여야 모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대통령 탄핵과 임기단축 개헌을, 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법원 판결을 앞두고 과연 어떤 극단적인 대립이 전개될까? 서로가 '벼랑끝 전술'이라도 쓰자는 것인가?

다섯째, 임기단축 개헌 이후의 대한민국은 또 어떻게 될까? 윤 대통령의 실정 때문에 임기단축 개헌이 필요했다는 책임론과 개헌 요구를 수용했기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무책임론이 대립할 것이며, 그로 인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진영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건설적 경쟁이 아닌, 소모적 갈등이 다시금 대한민국 대선 판도를 좌우할 우려가 매우 크다.

그밖에도 임기단축 개헌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초래할 후폭풍은 가히 엄청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임기단축 개헌이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최선의 해법일까?

무엇이 최선의 해법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윤 대통령도,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도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나와야 한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의 극단적 정치갈등이 완화되고, 경제가 나아지고, 사회가 안정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임기단축 개헌이 초래할 심각한 혼란보다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협치하는 것이 최선이다. 윤 대통령도 야당과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그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국민 앞에 공개되어야 한다. 야당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정부-여당과 협력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야의 적대적 공존과 이를 통한 국민의 정치불신 심화는 결국 제살깎기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소모적 정쟁을 계속할 것인가? 대한민국이 기울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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