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사 새 회계기준 원칙 어길 땐 대주주에게 직접 연락"
"현 경영진이 비합리적인 선택하면 대주주와 직접 대화"
거역하면 내년 검사 1순위…예외 있다며 말바꾼 금감원
보험업계 "예외 방안은 없었다…결국 선택 강요받은 꼴"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새 회계기준(IFRS17) 시행 초기 제도개선과 관련, 보험업계에 당국이 정한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이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사의 현 경영진이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시 회사 대주주에게 직접 당국이 접촉해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초강경책을 제시한 것이다. 보험업계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근시안적 실적경쟁에 얽매여 IFRS17 원칙과 도입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해지율 개선 관련 당국의 원칙 제시에도 일부 사가 단기 실적악화를 우려해 ‘예외모형’을 선택할 것이라는 언론의 의구심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 수석부원장은 “시장에서 이 사안을 보험권 신뢰회복의 이정표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당장 실적악화를 감추고자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보험업계에 이러한 공식적인 메시지 외에도 별도의 압박을 가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 국장이 전화해 보험사 대주주의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보험사 경영진과 이해가 상충하는 곳은 주주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감독 당국이 주주에게 객관적 정보를 직접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보험사에 대해 필요하면 대주주와 직접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전달했다.
이어 “주주와 경영진(임기제) 간 이해가 상충하는 회사만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게 원리”라며 “통계부족으로 미래 추정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계속기업 가정하에서는 ‘미리 빼먹고 나중에 문제 생기는 것’보다, ‘덜 빼먹고 나중에 남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전달했다. 이어 “현 경영진을 유지한 채 예외모형 선택 시 그 의도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해외 사례·산업 통계에 비춰 ‘로그-선형 모형’을 원칙 모형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논의한 결과다.
보험 무·저해지 상품은 납입 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게 특징이다. 이런 특성으로 해지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험 통계 부재를 이유로 보험사가 해지율 가정을 단기 실적에 유리하게 가정해왔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로그-선형 모형은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모형이다. 완납 후 최종 해지율은 해외 통계를 고려해 0.8% 등을 적용한다.
그동안 대다수 보험사는 이런 당국 안을 적용한다면 수익성, 건전성 지표가 크게 나빠진다며 반대해왔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금융당국은 다른 모형을 쓸 길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았다. 만약 다른 모형(선형-로그, 로그-로그 모형에 한정)을 적용하려면 감사보고서와 경영 공시에 합리적 채택 근거와 원칙 모형과의 차이(보험계약마진, 지급여력비율, 당기순이익 등)를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이처럼 모형 선택 권한을 열어두는가 했지만 금감원은 사실상 보험사에 예외모형 선택 적정성 사전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전달한 것이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예외모형을 임의로 적용한 후 감독 당국의 사후검증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재무제표를 수정하면 시장에 큰 혼선이 발생한다”며 “시장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예외모형 선택의 적정성에 대한 사전검토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합리적 선택이 아닌 경영진 실적 유지를 위한 자의적 모형 선택은 용인할 수 없다”며 “업계의 자정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추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상품 해지율 관련 예외 모형을 선택할 회사도 있는데 사실상 원칙 모형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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