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밸리’ 좌초 도미노?…‘고양방송영상밸리’도 멈춰 서나 [오상도의 경기유랑]

오상도 2024. 11. 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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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K-컬처밸리'사업 이후 '고양방송영상밸리'사업도 경기도와 고양시 간 갈등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11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고양시에 따르면 이 사업은 6700억원을 들여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 70만2000㎡에 방송시설과 3780세대의 주택을 짓기 위해 2019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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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시설 비율이 발목…인허가 제동으로 2년째 표류
K-컬처밸리 좌초 이후 ‘도미노’ 우려…평행선 달려
GH “조성토지 매각 지연되면 방송시설 유치 어려워”
고양시 “특화단지 방향 재검토…방송·상업시설 늘려야”
경기도의회 K-컬처밸리 특위…협약해제 타당성 검증

‘도미노’(domino)는 주사위처럼 눈이 적혀있는 정사각형 2개를 이어붙여 만든 작은 패를 일컫는다. 나누어진 칸에 주사위 같은 숫자의 눈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도미노 게임이라고 하면 체인을 만들어 연속으로 무너뜨리는 게임을 말한다. 연이어 세워 놓은 팻말의 한쪽 끝을 넘어뜨리면 다음 팻말이 넘어지는 식이다. 

고양방송영상밸리 조감도
경기도와 고양시가 야심 차게 시작한 대형 개발사업들이 잇따라 발목이 잡히면서 일종의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기업 주도로 추진된 ‘K컬처밸리’사업이 지지부진한 공정률을 보이며 공영개발로 전환된 가운데 6700억원을 들인 ‘고양방송영상밸리’사업마저 경기도와 고양시의 이견으로 좌초 위기에 놓인 탓이다.

◆ GH “부동산 침체기 상업시설 증가…분양 부진 이어질 것”

11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고양시에 따르면 고양방송영상밸리 사업은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 70만2000㎡에 방송시설과 3780가구의 주택을 짓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지는 대화역 등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K-컬처밸리 바로 밑에 자리한다.

이 사업은 한강 축을 따라 경기 서북부에 방송·영상·문화기능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배후 주거단지를 건설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기획·제작·유통·소비를 원스톱 일자리 생태계와 짝짓는 것이 핵심이다. 2019년 6월 구역지정과 개발계획 수립인가를 마치고 실시계획인가 등 착공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면서 2021년 5월 첫 삽을 떴다.

2021년 5월 경기 고양시의 방송영상밸리 도시개발사업 기공식.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석했다. 고양시 제공
애초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됐고, 지구 내 방송용지에 주요 방송국 및 제작센터 입주로 2342억원의 생산 유발, 1423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됐다. 주변 일산테크노밸리·킨텍스 제3전시장·K-컬처밸리·IP융복합센터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사업 기간이 늘어지면서 방송산업의 흐름이 달라졌고 부동산 경기 역시 침체했다. 이후 GH와 고양시는 추진 방향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고, 2022년 11월 첫 토지공급계획 제출 이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방송영상밸리사업이 2021년 토지 조성공사에 들어간 점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 지체된 셈이다. 

고양시는 복합용지의 주거비율 하향, 방송용지 추가를 요구하는 반면 GH는 부동산 침체기에 상업시설 상향 요구는 비현실적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도시개발사업법상 승인권(인허가권)자인 고양시는 지난달 GH에 공문을 보내 방송영상밸리 사업지의 주상복합용지 2필지를 방송용지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주거·상업시설 비율을 9대1에서 7대3으로 낮추라고 요구한 데 이은 후속 조처다.

이에 GH는 “부동산 침체기에 상업시설 증가는 분양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인근 상업시설 공실률이 최대 50%를 나타내는 가운데 손해가 불어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잇닿아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장항지구에선 상업·업무용지들이 주거용지와 달리 미분양됐다. 장항지구 외에 일산테크노밸리의 방송·업무 용지도 중복돼 과포화 상태라는 지적이다.

GH 관계자는 “조성토지 매각이 상당 기간 지연되면 방송시설 유치가 어렵게 돼 자족시설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고양시의 바람과도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양시 측은 ‘베드타운’이란 오명을 떠안은 상황에서 주거시설 확대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방송영상밸리사업 자체가 특성화 단지를 만들기 위한 도시개발사업이기에 자족도시를 위한 사업방향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급한 용지부터 먼저 정리하고 추후 논의를 확대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고양방송영상밸리 토지이용 계획도
◆ 고양시 “사업방향 재검토 필요…추후 논의 확대”

이런 가운데 사업 지연으로 대토보상 등을 기다리는 사업지구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받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사업은 애초 2021년까지 지구 내 지장물(공공사업 시행에 방해되는 요소) 철거와 이주절차를 마무리하도록 설계됐다. 

지난 7월 도의회 업무보고에선 명재성 도의원이 “(고양시의) 직권남용으로 보고 행정심판·행정소송과 민사소송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건설이 중단된 K-컬처밸리의 CJ라이브시티 조감도. CJ 제공
앞서 고양시의 또 다른 역점사업이던 K-컬처밸리는 사실상 좌초된 뒤 경기도의 공영개발 방식으로 재추진되고 있다. 경기도는 전체 공정률이 3%에 불과한 가운데 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2016년 5월 맺은 ‘K-컬처밸리 사업 기본협약’을 지난 6월 해제했다.

이 사업은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32만6400㎡에 1조8000억원(2020년 6월 기준)을 들여 K-팝 전문 아레나와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도의회는 지난 9월 여야 의원 7명씩 모두 14명으로 구성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려 다음 달 21일까지 90일간 운영하기로 했다. 해당 특위에선 협약해제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도가 대안으로 제시한 공영개발의 적합성 여부 등을 살펴본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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