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교부세 삭감과 지방자치의 딜레마
지난해 유례없는 7조2000억원 규모의 보통교부세 대규모 삭감을 겪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도 4조원 이상 교부세가 삭감될 예정이어서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재정교부금까지 합하면 6조5000억원 이상이 지방에 덜 지급되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막대한 세수결손에 따라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 및 지방교부금까지 전방위적으로 손실분을 충당하기 위한 재정조치를 취하고 있어 법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재정이 늘 부족한 지방재정까지 줄이고 있어 지방이 입는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방재정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 부족으로 인해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겪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일부 야당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런 조치가 위헌적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재정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논란은 단순히 재정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와 지방정부 간의 권한과 책임 분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한다. 지자체들은 예산에 반영된 교부세를 당해연도에 삭감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대규모 보통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의 충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교부세가 큰 폭으로 줄어든 2023년에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정자주도 산술 평균이 전년 대비 4.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43개 광역 및 기초 지자체 중 227개 지자체의 재정자주도가 하락했고, 10%p 이상 하락한 지자체만 해도 13개에 달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국회도 세수결손이 발생하더라도 지방교부세 감액을 하지 못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지방교부세 감액 이슈가 확대될 공산도 크다. 현행 지방교부세법은 내국세 예산액과 결산액의 차이로 인한 지방교부세 조정과 관련, '늦어도 다음다음 해까지 예산에 계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해연도에 추경 없이도 감액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문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23년에 대규모 국세결손이 예상되는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 대비 7조2000억원의 보통교부세 예산을 결산이 이뤄지지 않은 당해연도에 불용처리 방식으로 삭감했다. 지자체들은 오히려 정률분 지방교부세의 재원이 되는 내국세 비율을 현행 19.24%에서 더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 보통교부세 비율을 24.24%까지 5%p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 수가 감소하는 점을 고려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할당되는 내국세 비율을 낮추는 대신 지방교부세 비율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통교부세는 행안부가 산정하는 각 지자체의 재정 수요액에서 재정 수입액을 차감한 값에 매해 변하는 조정률을 곱해 결정된다. 재정 수요액이 클수록, 재정 수입액이 작을수록 지자체는 더 많은 교부세를 배분받게 된다.
인구 산정에서 외국인 수 반영, 국가설치 시설물 이관에 따른 재정 추가 소요, 농촌 인구 감소 등 수요액 산정에 반영되는 요소를 추가하거나 반영 비율을 강화해 달라는 것이다.
행안부는 중앙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를 지자체에도 강화하려는 방침 아래 자체 노력 기준을 강화했다. 특히 재정지출 요인을 통제하기 위한 페널티를 부쩍 강화했다. 이에 따라 자체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판단되는 지자체들은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 자체 노력 기준에 미달하는 지자체는 재정 수요액이나 재정 수입액 산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각종 페널티 및 인센티브 제도가 지자체 간 재정격차 완화라는 지방교부세의 중요한 목적을 교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삭감으로 민생과 관련된 지역사업 상당수를 중단하는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ktit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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