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당합병’ 공방 계속···“이재용 이익만 고려” VS “부당 개입 없었다”

김나연 기자 2024. 11. 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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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철시민연합 등 10개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이재용 회장에 대한 엄벌 및 구상권 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재판에서 검찰과 이 회장 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의혹을 놓고 또다시 부딪쳤다. 검찰은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상 이익만을 고려한 부정행위”라고 주장한 반면 이 회장 측은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이 없다”고 맞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11일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배임 등 1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 등 총 14명에 대한 항소심 네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받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이 이른바 ‘프로젝트 G’라는 승계 계획안을 만들어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이라는 점을 감추기 위해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합병 동의를 받아내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경유착 의혹이 일기도 했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오직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세워진 전략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이 회장 주도하에 실행된 (합병을 위한) 긴급 대응전략에는 각종 부정행위에 대한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합병에 우호적인 언론 보도 계획과 국내외 기관의 합병 의결권 확보 방안 등이 당시 합병 전략에 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이 아닌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임의로 합병시점을 선택하고 (합병에 대한) 허위 설명을 하는 것이 대응전략이었음에도 1심은 양사의 자유적·실질적 검토에 따라 결정됐다고 잘못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 측은 “당시 시장은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되는 합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 회장에게만 유리한 합병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 측은 “합병 발표 당일 두 회사의 주가가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고, 시장 반응을 정리한 문건에서도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허위 설명’ 주장에 대해서는 미래전략실이 합병에 반대했던 삼성물산 해외주주 엘리엇에 보낸 일부 e메일 문구만을 근거로 들고 있다며 “장점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문구이지, 없는 내용을 전달하는 허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앞서 참여연대 등 10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으로 인해 정부가 약 2300억원을 세금으로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회장 등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앞서 삼성물산 해외주주 엘리엇과 메이슨은 국내 정경유착 문제로 인해 부당 합병돼 손해를 입었다며 국제투자분쟁을 제기했고, 정부는 총 23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한성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정치권력과 불법적 정경유착으로 국민 혈세가 유출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납득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 이 회장을 비롯한 불법 합병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 사법 정의를 올바르게 세워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 ‘이재용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항소심 시작···주요 쟁점은?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271800031


☞ ‘이재용 삼성 불법승계’ 항소심에 ‘회계부정 혐의’ 추가됐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0142030025


☞ 이재용 ‘부당 합병’ 두고···검찰 “승계 목적” VS 삼성 “불리한 합병 아냐”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1028192701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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