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상 최고가인데 조용한 '한국'…무슨 일?
현물ETF 승인에 美기관투자 활발
국내와 거래량·유동성 차이 확대
김프 생길만큼 수요 받쳐주질 못해
한때 190만원 이상 저렴해지기도
가상자산 규제 강화에 韓이탈 늘어
美주식 보관액 1000억달러 돌파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비트코인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과거 상승기 때 누린 ‘김치 프리미엄’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와 해외의 암호화폐 가격 차이를 말하는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거래 가격이 비싸다는 의미다. 그만큼 암호화폐 수요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외에선 비트코인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법인 투자가 금지돼 한국 시장의 비트코인 수요만 쪼그라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 투자자의 자금이 국내 암호화폐시장이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과 해외 코인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보다 싼 비트코인
11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24시간 전 대비 0.52% 오른 1억1200만8000원에 거래됐다. 한때 1억1440만2000원으로 올라 전날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선 이후 1주일 새 17.8% 급등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8만1802달러를 기록해 하루 새 신고가를 새로 썼다.
비트코인이 새로운 상승기에 접어들었지만 한국에서는 김치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일 비트코인은 국내에서 1억408만5000원에 거래됐는데, 김치 프리미엄은 -1.83%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해외 가격보다 190만원 이상 싸게 거래됐다는 의미다. 김치 프리미엄은 이날 오후까지 0% 안팎에서 움직였다.
통상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 김치 프리미엄은 덩달아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역대 처음 비트코인이 1억원을 돌파한 올해 3월에는 김치 프리미엄이 11.86%에 달했다. 해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 대비 1000만원 이상 비싸게 거래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과거 상승장인 2021년 5월에는 김치 프리미엄이 20.38%까지 치솟았다.
이른바 ‘역(逆)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등 고환율 상황에서도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상대적인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비트코인과 같은 글로벌 자산의 원화 기준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은 미국 대선 다음날인 6일 해외에서 전고점을 돌파했는데, 국내에서는 사흘이 지난 8일에야 전고점을 넘어선 것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영향으로 풀이된다.
“거래량 증가세 더뎌”
김치 프리미엄이 ‘실종’된 것은 해외 시장에서 기관투자가가 증가해 해외와 국내 시장의 거래량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된 뒤 해외 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활발해졌다. 반면 국내에서는 법인의 비트코인 직접 투자는 물론 현물 ETF 투자마저 막혀 있다. 더블록에 따르면 국내 1위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지난해 12월 월간 거래량은 918억달러(약 128조원)였는데, 지난달 483억달러(약 67조원)로 47.4% 감소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9.8%에서 5.5%로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암호화폐시장에서 미국 주식시장으로 ‘머니 무브’가 이뤄졌다는 추정도 내놓고 있다. 업비트의 예치금 규모는 올해 1분기 6조3222억원이었는데 3분기 기준 3조25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최근 1013억6600만달러로,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었다.
국내에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암호화폐 투자자의 탈(脫)한국 움직임이 작용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이전 가상자산 총액은 54조8000억원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55조3000억원)을 넘봤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이전된 가상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며 “이런 속도라면 올해 해외로 옮겨가는 자금이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미현/서형교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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