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가진 증거 없나?…검찰조사 후 목소리 커진 명태균

박나영 기자 2024. 11. 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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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언론사 향해 ‘가짜뉴스’ 저격…“檢 증거‧공범자료 확인 후 입장 변화?”
“명씨에게 1억2000만원을 건넸다”는 예비후보 진술 확보…구속 영장 청구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검찰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언론에 '가짜 뉴스' 프레임을 씌우고 특정 언론사들을 저격하기 시작했다. 공천 개입 의혹을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추천"이라고 주장하고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묻는 기자들과 말다툼을 벌였다. 또 의혹의 핵심 증거로 여겨졌던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 변호사'라고 자신하던 때와 달리 "휴대전화를 없앴다"고 말을 바꿨다. 명씨는 입장을 바꿨지만 기존의 폭로를 뒷받침해주는 녹취 등이 나날이 추가 공개되면서 검찰은 명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수사 범위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명씨는 지난 9일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를 받으러 왔다며 다른 여러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채널A, MBC, CBS, JTBC, 뉴스토마토 등 언론사와 기자의 성 등을 언급하며 "여러분들이 계속 거짓의 산을 만들고 거기에 또 거짓이 나오고 또 거짓이 나와서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며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아닌가. 정치자금법으로 해서 저한테 돈이 단 한 푼이라도 흘러온 게 있는지 그 부분에 조사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명씨가 받는 의혹 중 핵심은 '공천 개입' 여부다.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청탁했다는 내용이 그 골자다. 2022년 6월1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비례대표 및 경기 고양일산 지역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연고가 없던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돼 당선됐다. 명씨의 측근이자 김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강혜경씨는 '여론조사 대가'로 이 공천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김 전 의원 역시 자신이 명씨의 도움으로 공천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통화 녹취가 공개된 바 있다. 2023년 5월2일 김 전 의원과 통화에서 강씨는 "본부장님(명태균씨)은 우리가 대선 여론조사 이래저래 해가지고 의원님(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 이렇게 말씀하시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명 본부장이 (여론조사를) 해서 내가 도움을 받을 그런 영향을 받은 거는 맞지만 그거는 내가 그냥 도움받은 걸로 감사해야 되지"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을 뒷받침할 '스모킹건'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뉘앙스의 육성 녹취까지 공개된 것이다. 공천 발표를 하루 앞둔 2022년 5월9일 명씨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11일에는 "김건희가 유일하게 개입된 게 김영선"이라며 "그거 들통날까 싶어 가지고 지금 전전긍긍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명씨의 통화 녹취가 추가로 공개되기도 했다. 

ⓒ명태균 페이스북·연합뉴스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도 속속 확보되고 있다. 검찰이 지방선거 공천을 위해 명씨에게 1억2000만원을 건넸다는 한 예비후보의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김 전 의원 등으로부터 명씨의 영향력에 대해 들어 명씨가 공천에 힘을 써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한 푼도 받은 적 없다'는 명씨의 주장을 뒤집는 진술이다. 명씨는 현재 김 전 의원으로부터 9000만원, 예비후보 등 3명에게 2억7000여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탄핵' '하야'라는 단어까지 입에 올리며 폭로를 이어오던 명씨가 돌연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말을 바꾼 시점이 윤 대통령이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대국민담화와 묘하게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씨는 검찰 조사 하루 전 페이스북에 "경솔한 언행 때문에 공개된 녹취 내용으로 마음에 상처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대국민담화가 시작되기 30분 전이었다. 검찰에 출석하면서도 "경솔한 언행으로 민망하고 부끄럽다"며 다시 한 번 사과하기도 했다. 

검찰은 11일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명씨가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태도를 '180도' 바꿨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잇단 의혹 보도를 언론 탓으로 돌리면서 정치자금법 혐의로 수사범위를 국한시키려는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검찰은 명씨에게 그가 대선기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3대와 USB를 버려 증거인멸한 혐의 등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명씨가 검찰조사를 받으며 자신감이 커진 게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설주완 변호사는 최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명씨가 검찰조사를 받으며 검찰이 가진 증거와 공범 등을 확인한 후 '충분히 대응 가능하겠구나' 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 같다"라며 "(공범관계라는 의심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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