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확전 말라” 푸틴에 경고… 우크라 종전 톱다운 외교 시동 [트럼프 2기 시대]

박영준 2024. 11. 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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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서 영토문제 제기 가능성
러, 북한군 등 병력 5만 집결
쿠르스크 탈환 작전 임박한 듯
트럼프, 러에 유리한 종전 협상 땐 대러제재 흔들
정상들과 잇단 비공식 채널 소통
‘마이웨이 외교’에 나토 등 우려
軍 “화성-19형 신형 ICBM 판단”
일각 “러 기술 지원받았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이 확정된 이튿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서방 국가들과 함께 대러 제재를 통한 대러 압박을 강화·유지해 왔다면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도 전에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며 특유의 ‘톱다운’ 방식의 외교를 가동한 것으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고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7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상당한 규모의 미군의 존재를 상기시키며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조언(advised)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이 유럽 대륙에서의 평화 목표에 대해 논의했으며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에 대한 논의를 위해 조만간 후속 대화를 하는 데 관심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취임하기도 전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 방식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 9월 유세에서 “우크라이나가 조금(영토를) 포기했어야 했다. 최악의 협상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 등을 두고 전쟁 중단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들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최소 20년 유예하고 현재 전선을 동결하는 방안 등이 종전 구상으로 거론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협상 등을 추진할 경우 그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미국과 서방국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가 추진해온 대러 제재 등의 명분이 흔들릴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전선에서 병사들이 포탄을 장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이후 해외 각국 정상과 잇달아 통화를 하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정상과의 통화 등이 미국 국무부나 정부 통역 등을 거치지 않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각국 정상들 역시 미 국무부 등 공식 라인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 당선인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당선인의 ‘마이웨이’ 외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확전 자제를 요청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선의 긴장은 더욱 고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당한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포함해 5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대규모 병력의 진격이 며칠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전날 감청한 통신에서 “하나둘, 하나둘”, “기다려라”, “나 물개 수신” 등 북한말이 녹음된 통신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병력을 파병한 대가로 북한에 무엇을 주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확실치 않지만, 솔직히 블라디미르 푸틴도 확실히는 모른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아마도 군사 및 기술 지원 형태로 러시아로부터 상당히 중요한 것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것이 핵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 되겠느냐’는 후속 질문에 “그럴 분명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이 최근 발사한 고체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을 화성-18형의 개량형이 아닌 신형 ICBM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국방정보본부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에 따르면 군은 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한 화성-19형은 화성-18형에 비해 동체 길이 및 직경이 증가하고 최대고도가 증가한 점을 고려해 다른 신형 ICBM으로 판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아래 지난 10월 31일 아침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또한 북한이 3월 노동신문을 통해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 실시’를 공개한 이후 아직 추가로 식별된 고체엔진 시험 정황은 없다고도 군 당국은 밝혔다. 지상 엔진시험 없이 신형 ICBM 발사에 성공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기술지원을 받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정보본부는 러시아 기술지원에 대해 확인된 첩보는 없지만 ‘우주 기술 분야 협력’이라는 명목하에 탄도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기술들을 북한이 지원받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박영준·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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